유통업체 “이젠 해외로 가자!”
유통업체 “이젠 해외로 가자!”
  • 김상준
  • 승인 2007.08.06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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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이 곧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가 경험한 것을 보더라도 굳게 닫아거는 것보다는 여는 편이 유리하다. 유통시장 개방, 금융시장 개방, 수입선다변화 철폐, 영화시장 개방,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그랬다. 개방 당시에는 이해관계자나 업계가 극한 상황을 가정해 극렬한 반대와 우려를 표시했다. 우려와 기대는 우리가 개방을 추진할 때마다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개방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해 왔다. 재정경제부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본부와 함께 과거 개방 때마다 터져나왔던 반대의 목소리가 결과적으로 얼마나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주장이었는지를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6년 1월1일, 국내 유통업계는 숨을 죽이며 'D-데이'를 맞아야 했다. 한국 유통시장이 외국에 빗장을 푸는 유통시장 전면개방의 첫날이자, 유통업계의 최대 위기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1996년 네덜란드계 마크로, 프랑스계 카르푸가 대형할인점을 통해 첫발을 내딛었고, 1998년 7월 세계최대 유통기업인 미국 월마트가 마크로를 인수하자 '올 것이 왔다'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어 영국계 테스코도 삼성과 합작, 홈플러스란 브랜드로 안방시장을 공략했다.

세계 1, 2, 3위 유통업체인 월마트, 까르푸, 테스코가 한국 소매시장을 겨냥해 죄다 달려든 것이다. 그러나 유통개방 10년이 지난 현재, 외국계 유통업계의 기세등등한 모습은 사라지고 치열했던 게임은 토종유통업계의 승리로 끝났다.

■선진 물류관리기법 배워 외국 유통업체 따돌렸다

대형할인점 시장에서 까르푸는 이랜드에, 월마트는 이마트에 인수됐고 국내 유통업체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1위, 3위(14%)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계 대형할인점의 비중은 지난해 15.7%로 완전개방 시점인 96년(17.6%)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특히 이마트 등은 국내시장에서 배양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 등 해외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하면서 이제 국내시장만이 아닌 세계 시장 진출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현재 141개 국내 유통업체가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국내 유통업계의 성공사례는 많은 학자들의 분석대상이 됐다. 진출하면 실패한 적이 없는 세계적인 유통업체들을 제친 경우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업계 성공는 개방을 계기로 선진물류관리기법을 도입하고 중소 납품업체 관리를 강화하는 등 많은 요인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기호에 맞춘 진열(신선식품 비중 확대) 등 외국업체들보다 한발 더 앞선 '소비자주의'가 결정적이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유통업체의 1인당 평균 매출액은 개방 이후 40%나 증가했다.

결론적으로 개방 당시 많은 우려를 낳았던 외국의 대형유통업체의 국내 유통시장 지배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유통시장 개방 성공사례는 개방을 통한 경쟁이 국내 기업과 산업을 효율화·선진화시키는 지름길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유통시장 개방으로 인해 국내 재래시장이나 영세유통업이 몰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현재 상황으로 보면 위축된 측면은 있어도 몰락한 수준은 아니다.

■영세상공인 조직화·협업화로 자생력 키우는 데 정책 집중

또 재래시장이나 영세유통업계이 위축된 직접적인 원인이 외국계 대형유통업체의 국내 시장진입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이미 개방 이전인 90년대 이후 대형할인점이 증가하는 등 유통시장에서 진행된 구조조정 과정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물론 유통시장 개방에 따라 대형할인업계의 가격경쟁과 점포확산이 치열해지면서 영세유통업계가 상대적으로 위축된 측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대형할인점, 홈쇼핑, 인터넷쇼핑 등의 매출은 대폭 증가한 반면, 영세업체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영세유통업체수가 유통시장 개방 전인 95년 84만4895개에서 2005년 87만8294개로, 종사자수도 143만8652명에서 145만4069명으로 소폭 늘어난 것으로 봐 틈새시장 발굴과 특정소비계층을 상대로 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영세유통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영세상공인 지원종합대책(2005년4월)과 재래시장 활성화 종합대책(2006년5월)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정부는 영세상공인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조직화.협업화를 적극 지원하고 경쟁력이 약한 영세상공인은 프랜차이즈 등 유망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대형유통업체와 지역 중소유통업체간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개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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