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공기관 도급 전환, 해고 사례
재계·공공기관 “인사·노무관리 비용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정부 예산 절감, 조직 효율화 문제 외 다양한 방안 제시해야
지난 3월 4일 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31만 2000명 가운데 5만 4000명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하지만 각 공공기관에서는 정부의 구체적인 예산 확충 지침 등 후속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비정규직의 도급으로의 전환과 대량 해고 등이 나타나고 있어 정부의 확실한 대응책 및 개선 방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의 비용 절감을 강조해 왔으나, 각 공공기관은 비정규직 축소 방침이 진행되면 그에 따른 비용이 당연히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도급의 전환 및 해고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최근 들어 비정규직 해고 사례가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오는 5월까지 비정규직 6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지만 일부 공공기관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확정하기도 전에 비정규직을 해고해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기간제 교사와 과학보조원, 조리원 등 11만 2000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최근 무더기 해고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광주시청은 지난 3월 8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재계약 날이었으나, 법적으로 시청이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동국대학교는 12년을 넘게 고용한 노동자를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시점 직후인 작년 12월에 노동자들에게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한편, 12개월 단위로 계약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6개월 계약을 하는 기관도 생기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가 40명의 직원에 대해 이같이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비정규직법이 통과됨에 따라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 사업장은 7월 1일부터 2년 이상 계약직을 고용하면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비정규직 법안이 시행되는 7월 전까지만 계약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부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공공기관들의 해고 사태는 비정규직 대책에 따른 것이 아니다”며 “조직관련법 등 기관별로 관계법령이 바뀌거나 애초부터 외주 화 계획을 갖고 있는 등 원래 있던 운용 방침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추진 방향에 대한 자료를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23만 4천 명으로 전체 124만 9천 명의 18.8%로 부문별로는 공기업 및 산하기관, 교육부문, 자치단체, 중앙정부 순으로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직종별로는 사무보조, 학교조리보조원 등 5대 주요직종이 약 10만 명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43.1%를 차지했다.
정부는 각 부처 공통으로 적용되는 제도를 개선하고 근로기준법 및 사회보험 적용을 일제히 점검해 주요직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으며, 공공부문 인력관리체계는 비정규직 입법 이후 수립키로 함에 따라 지연이 됐다고 평가를 했다.
그 결과,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예산을 경직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주요 직종뿐 아니라 여타직종을 포함한 전체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인력관리체계를 새롭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기준 등이 제시되지

이 밖에도 용역, 외주 등 아웃소싱의 경우, ‘최저가 낙찰제’ 등으로 적정한 근로조건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노동부와 한국노총은 노사발전재단 활성화, 비정규직 실태조사 위원회 구성 등 노동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양측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 비정규직의 무기계약화와 외주화를 엄격히 구분하고, 대책 시행 이전의 계약해지나 해고 등의 사례가 발생하면 적극 고쳐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측은 현재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확정하기 전까지는 절차 상 예산을 배정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고 있어 정부의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 재계 및 공공기관에서는 벌써부터 시끄럽다.
재계는 “그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가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비용 및 인사·노무 관리 등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우려를 표명해 왔으며, 공공기관의 입장도 재계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은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 중 계약직 근로자가 파견, 도급 부분에 비해 월등히 많은 상황이다. 계약직 근로자는 사무보조, 전문직, 식당, 조리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지난 3월 12일자 본지 조사에 따르면 공기업의 경우 계약직 근로자와 도급, 파견 등 인적자원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지만 계약직 근로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도급과 파견은 일부 영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공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따른 인사관리 지침서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정부에서 아직까지 내려온 자료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세부 지침사항이 제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관망을 할 수밖에 없으며, 무기계약 대상자 선정에 따른 노조의 간섭 등 많은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인데 정부의 명확한 정책 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인사·노무에 따른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며, “일부 공공부문 해고 사태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남용규제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모범을 보인다는 취지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시업무 종사자 등의 전환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와 예산 확보 등을 놓고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소요 예산은 2천7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1천500억 원 가량을 해당 공기업이나 교육기관 등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규모 등이 정확하게 결정되면 국비 지원 가능성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공기업 등의 우려를 한번에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제라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안정이 예산 절감이나 조직 효율화 문제와는 다른 시각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마무리되는 오는 5월까지는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를 가급적 해고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리고 감독하는 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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