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엔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
지난 해까지 100엔당 850원을 상회하던 원/엔 환율이 올해 들어 100엔 당 800원 선으로 하락. 2005년 말 858.3원에서 2006년 11월 13일 791.8원으로 하락한 후 최근 800원을 다시 회복. 100엔당 791.8원은 1997년 11월 14일 784.6원 이후 9년만에 최저치. 이는 원/달러 환율이 2005년 말 1,011.6원에서 11월 30일 929.5원으로 대폭 하락한 반면, 엔/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17.9엔에서 115.8엔으로 소폭 하락에 그쳤기 때문
원/엔 환율의 하락은 이미 2004년부터 추세적으로 진행되던 현상. 월 평균 기준으로 원/엔 환율은 2004년 1월 100엔당 1112.7원에서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2006년 11월 797.2원으로 하락. 이 결과 원화는 엔화에 대해 동기간 39.6% 절상. 1980년 이후로는 최근 기간을 포함해 모두 세 차례 구조적인 원/엔 환율 하락기가 있었음. 첫 번째 시기는 1987년 12월(100엔당 617.9원)에서 1990년 4월(445.6원)까지 2년 5개월로, 이 기간 동안 원화는 엔화에 대해 38.7% 절상. 두 번째 시기는 1995년 6월(100엔당 900.9원)에서 1997년 2월(704.6 원)까지 1년 9개월로, 이 기간 동안 원화는 엔화에 대해 27.9% 절상
2. 한국 경제에 주는 파급효과
경상수지, 금융 및 부동산 시장, 국가 건전성 등에 영향
원/엔 환율 하락은 대일 무역수지, 서비스수지 등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부동산 시장, 국가 건전성 등 국내 금융부문에 영향. 대일 무역수지 적자, 대일 여행수지 적자, 세계 시장에서의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 일본 완제품의 국내시장 잠식 등 부정적으로 영향. 원/엔 환율의 하락으로 일본산 자본재, 부품의 수입 단가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영향. 원/엔 환율의 하락과 한-일 금리차로 엔화 자금이 대거 유입되었으며, 이는 원화 강세의 심화, 국가 및 금융기관의 건전성 약화 등에 영향
대일 무역수지 적자 확대
2006년 한해 한국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250억 달러 정도로 추산. 2004년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넘어선 이후 계속 200억 달러를 상회. 2002년 147억 달러에 달했으나, 2003년 190억 달러, 2004년, 2005년 모두 244억 달러를 기록. 2003년 이후 대일 수출액이 증가하고 있으나 수입이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적자폭이 확대. 이는 국내 경기 회복에 따른 수입 수요의 확대에다 원/엔 환율의 하락으로 일본 자본재 활용이 더욱 용이해졌기 때문
대일 무역수지 적자 중에서는 부품, 소재 품목이 대부분을 차지. 대일본 부품, 소재 품목의 무역수지 적자액은 계속해서 증가. 대일본 부품, 소재 품목의 무역수지 적자액(억 달러)은 118('02년)→139('03년)→159('04)→161('05)→160대 초반. 하지만 대일 무역수지 적자에서 부품, 소재 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80.2%에서 2006년(1월~9월) 61.8%로 하락. 부품 및 소재 품목 중에서 특히 철강제품, 플라스틱 제품, 전자부품(인쇄회로, 실리콘 웨이퍼 등)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 하지만 전자부품 중에서 기타 개별소자 반도체와 기타 직접회로반도체의 적자 규모는 대폭 감소. 이는 한국의 기술력이 일본에 비해 낮은데다 원/엔 환율 하락까지 가세하고 있기 때문. 원/엔 환율의 하락으로 국내 부품ㆍ소재 산업의 기술경쟁력 열위를 보완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
세계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력 약화와 국내 시장 잠식
원/엔 환율 하락으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디지털 가전, 정보통신기기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 한국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의 경우 원/엔 환율이 높았던 2004년 4월 3.45%에 달했으나 2006년 9월에는 2.32%까지 하락. 반면 세계의 주요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점유율은 상승. 미국의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2004년 8.2%에서 2006년 6.7%로 하락한 반면, 일본은 동 기간 26.3%에서 31.5%로 상승. 낸드플래시 메모리, 휴대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2005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가 두드러짐
실증 분석에서도 원/엔 환율 하락이 수출에 부정적인 것으로 분석되었음. 한국의 수출은 세계 경기에 좌우되나, 이를 제외하고는 원/엔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음. 원/엔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한국의 수출은 0.821% 감소. 원/달러 환율은 1% 하락할 경우 한국의 수출은 0.886%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어, 일반적인 환율과 수출간의 관계와 다른 양상을 보임
국내 시장에서도 일본 완제품의 시장 잠식이 가속화. 자동차, 디스플레이(LCD, PDP),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등을 중심으로 일본산 완제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점유율이 2001년 10.9%(841대)에서 2005년에는 29.4%(9,080대)로 급증. 이는 주로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인해 일본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
대일 여행수지도 적자로 반전
1998년 이후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던 대일 여행수지도 2005년 들어서 적자로 반전되었고, 2006년에는 적자가 더욱 확대될 전망. 대일 여행수지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20억 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하였으나 2002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2005년에는 7.3억 달러 적자를 기록. 이는 일본내 한류 열풍에도 불구하고 여행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크게 늘었기 때문. 한국으로 입국한 일본인 수는 2004년과 2005년 모두 244만 명, 2006년(1~6월) 112만 명으로 큰 변동이 없으나, 일본으로 출국한 한국인 수는 동 기간 157만 명→174만 명→100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
외환시장의 공급우위 기조 강화, 부동산시장 불안에 가세
원/엔 환율 하락 기대와 상대적으로 낮은 엔화 금리 등으로 엔화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이는 국내 외환시장에서의 외화 공급 우위 기조를 강화. 2006년 들어 경상수지는 균형 수준으로 크게 악화되었으나, 외화차입 확대에 따른 자본수지 흑자로 외화 공급 우위 기조는 지속. 2006년(1~10월) 경상수지는 16.8억 달러로 소폭 흑자를 기록하였으나 자본수지가 127.2억 달러로 대폭 흑자를 기록. 자본수지 중에서는 특히, 외화차입이 2006년(1~10월) 399.6억 달러로 전년 동기(72.6억 달러)에 비해 5.5배나 증가. 경상수지 균형으로 원화의 추가 강세가 제한될 상황임에도 외화차입에 따른 자본수지 흑자로 인해 원화 강세가 지속
외화차입의 확대는 국내 시중은행의 대규모 달러화 및 엔화 차입에 기인. 1차적으로 국내 수출업체의 선물환 매도에 대응한 시중은행의 대규모 외화 차입에 의해서 발생. 이외에도 상당부분은 한-일 금리차,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환 차익을 기대한 엔화 차입 수요에 기인. 엔화 대출금리(2%대)가 원화 대출금리(6%대)보다 저렴한데다 원/엔 환율 하락으로 환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은행의 엔화대출이 크게 증대. 연합인포맥스(2006.11.20)에 따르면 2006년 9월 말 6개 주요 은행의 엔화대출 규모는 1조 2,388억 엔으로 올해 1월 말에 비해 48.6% 증가
엔화 자금의 상당량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어 부동산시장 불안을 가중 시킨 것으로 추정. 엔화대출을 포함해 외화대출이 급증하자 11월 말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의 외화대출과 관련해 공동 검사권을 발동. 이는 대규모 외화대출이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는데다, 자금의 일부가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돼 주택가격 상승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짐
금융기관 및 국가 건전성의 약화
시중은행의 외화 차입금이 단기간에 급증함으로 인해 은행의 리스크 고조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 약화가 우려. 2006년 들어 상반기에만 은행부문의 외채가 304억 달러 증가. 800억 달러 이내에서 안정적이던 은행부문 외채가 2006년 들어 단기간에 1,146억 달러로 급증. 1,146억 달러에 달하는 은행부문 외채는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이전 해인 1996년 수준(1,165억 달러)과 유사. 외화 차입 확대로 국내 은행은 환율 변동, 해외 금리 변동 등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상황
단기 외화차입금의 증대로 한국의 단기외채 비중이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회귀. 1998년 이후 연평균 37억 달러 증가에 머물던 단기외채가 2006년에는 6개월 만에 201억 달러 증가. 이로써 총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8년 이후 20~30%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다가 2006년 들어 41.3%로 급등. 단기외채 비중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2,3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외채보다 많은 대외채권 등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음. 하지만 높은 단기외채 비중이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
3. 시사점
원/엔 환율 안정을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필요
원/엔 환율의 하락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보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므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필요. 기본적으로 글로벌 달러화 약세 추세를 수용하되 원화의 나홀로 강세(특히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한다는 의지를 시장에 전달. 2004년, 2005년의 원/엔 환율 하락은 원화의 저평가 상황에서 진행된 반면, 2006년 들어서는 원화의 고평가 상황에서 진행. 기본적으로 대규모 외환시장 직접개입보다는 외화차입의 엄격한 관리, 해외투자 활성화, 경제 외교를 통한 우호적 환경 조성 등에 더욱 주력하는 것이 필요. 최근 국회에서 외국환평형기금의 대규모 손실이 지적된데다 외환시장개입으로 인한 유동성 확대로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어 대규모 직접개입은 쉽지 않은 상황
대내적으로는 달러화 수급관리 강화, 외환시장의 자생력 제고 등에 주력해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 외화차입에 대한 타이트한 관리·감독을 통해 무분별한 외화차입에 대해서는 축소를 유도. 내국인의 생산적 해외투자 확대 등을 통해 공급 우위의 달러화를 해소. 경제규모에 비해 해외투자 비중이 낮아 해외투자를 이용한 환율조절 능력이 크게 약화. 해외투자의 방향을 부동산 등의 비생산적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원 및 기술 확보 등 ‘생산적 투자’에 초점.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원/엔, 원/유로 등 이종통화간 현물환 직거래 시장 개설, 외환전문딜러 기능의 강화 등을 통해 외환시장의 자생력을 제고
대외적으로 과도한 원화강세 홍보, 지나친 엔화약세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공조체제 구축 등 경제외교를 통해 국내에 우호적 외환시장 환경을 조성. 당국은 국제사회에 대해 원화의 과도한 강세(또는 고평가)를 부각시켜 엔화의 과도한 약세를 막기 위한 명분을 확보. 일본에 대해서는 유럽의 대응처럼 APEC, G-20, 한일 정상·재무장관 회담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엔화의 지나친 약세를 조정할 것을 요구. 단기적으로 금리인상 등을 통해 엔캐리 트레이드의 점진적인 조정을 요구.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 경상수지, 금리 등을 고려한 한중일의 적정환율체제를 모색
수출기업의 비가격 경쟁력 제고, 외화 자금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
수출 기업들은 원화 약세를 기대하기보다 수출시장 개척 및 다변화, 상품의 고부가가치화 등으로 대응.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2007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원/엔 환율이 과거와 같이 10원 수준으로 복귀하기는 힘든 상황. 新시장을 개척하거나, 브랜드가치 제고, 고부가가치화 등 제품 차별화를 통해 기존 시장을 공략하는 근본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
기업과 금융기관은 엔화 자금 등 외화 자금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 원/엔 환율의 상승 압력,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엔화 차입에 대한 리스크가 점증하고 있으므로 관련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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