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은 집값 상승에 평균 2개월 정도 후행
먼저 부동산 가격과 주택담보대출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아파트가격 상승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약 2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 사이의 시차상관계수는 동행 시 0.48, 아파트가격 1개월 선행 시 0.66, 2개월 선행 시 0.69, 3개월 선행 시 0.56로 측정 되었다.즉 평균적으로 아파트가격이 주택담보대출보다 약 2개월 먼저 움직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택가격과 주택담보대출이 상승세로 돌아선 시점을 비교해 보면, 2004년 초에는 1개월, 2005년 초에는 4개월, 2006년 초에는 3개월의 시차를 두고 아파트가격이 주택담보대출보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도 7월 0.19%까지 낮아졌던 전월 대비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8월 0.21%, 9월 0.44%, 10월 1.52%로 빠르게 높아지자, 8월 1조 3천억 원으로 줄어들었던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9월 2조 6천억 원, 10월 2조 7천억 원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지난 수 년 간의 집값 상승 초기 국면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집값 상승을 촉발시키기보다 집값 상승이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촉발시키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주택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기대수익률 상승에 의한 투기적 수요 때문이건, 내 집 마련 시기를 앞당기려는 실수요 때문이건 주택담보대출도 뒤따라 늘어난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그 동안의 경험을 종합하면 주택담보대출은 그 자체가 주택가격의 상승 요인이 되었다기보다는 주택시장 요인에 의해 촉발된 주택매수세의 자금 수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DTI 및 LTV 규제, 대출 총량 규제 등 주택담보대출 억제 대책이 당분간 추가적인 부동산가격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향후 다른 요인에 의해 집값 상승세가 재연되는 것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의 효과 아직 미지수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의 효과이다. 지난 11월 20일부터 시행된 11.15 부동산 안정 대책은 다양한 주택담보대출 억제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DTI(총부채상환비율)의 적용 지역이 투기지역에서 투기과열지역으로 까지 확대 되었다. 투기지역의 6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이더라도 장기 원리금분할상환방식일 경우 LTV(담보인정비율)을 40%에서 60%까지 확대해 주던 예외 규정도 폐지되었다. 그 결과, 예전에는 DTI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고소득자들이 장기 원리금분할상환방식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LTV 60%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그 한도가 LTV 40%로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비은행금융기관들의 투기지역 대출에 대한 LTV도 기존의60~70%에서 50%로 하향 조정되었다.
그러나 이번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의 효과가 실제로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DTI 적용 지역이 확대되었지만 새로이 DTI 규정의 제한을 받는 가구 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시세조사업체들은 신규로 DTI 규정의 적용을 받는 수도권 투기과열지역내의 6억 원 초과 아파트의 규모를 종전 적용 대상 가구 수의 1.3~1.4% 수준인 5~6천 가구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DTI 규제 강화에 앞서 올해 3월30일에도 투기지역 내 6억 원 초과 아파트 대출에 대해서 DTI 40% 규정이 도입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중반 이후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급등했음을 감안하면 이번 DTI 규제 강화의 효과역시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금융 감독 당국은 이번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연간 4조원 정도의 주택담보대출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지만 이는 약 3조 원대 중반 수준으로 추정되는 최근 전체 금융기관들의 월 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를 소폭 상회하는 정도다.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중유동성 계속 늘어
그 동안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어왔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 부동산시장 불안 등 저금리 기조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8월까지 5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1.25%p 인상했다.
그 결과,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현상은 상당 부분 완화되었다. 유동성이 매우 높은 통화를 대상으로 집계한 협의통화 M1의증가율은 지난해 8월 14.4%에서 올해 9월말-5.6%로 낮아졌다. 전체 금융기관 수신 중 단기부동자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말 49.2%에서 올해 10월 말46.4%로 낮아졌다. 단기부동자금의 규모 역시 지난해 말 441조 원, 10월말 447조 원으로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반면, 금리를 인상하면 시중유동성은 줄어든다는 원칙과 달리 전체 통화량 증가율은 낮아지지 않고 있다. 도리어 광의통화 M2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6.5%, 지난해 말 7.0%, 올해 9월 8.9%로 높아졌다. 예전의 총유동성 M3에 해당하는 금융기관 유동성 Lf 증가율 역시 지난해 10월6.9%, 지난해 말 7.3%, 올해 9월 7.9%로 소폭 상승했다.
실물경제 활동 수준과 비교하여 시중에 흘러 다니는 돈이 얼마나 많은가를 측정하는 지표인 초과유동성 역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계속 높아지고 있다. 통화유통량 증가율에서 산업생산지수 증가율을 차감한 초과유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 동안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의 거래에 필요한 이상으로 돈이 흘러 다니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콜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유동성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금융기관들의 여신 제공 급증인 것으로 보인다. 통화량은 중앙은행이 공급하는‘본원통화’와 이를 바탕으로 금융기관들이 대출, 채권매입 등 여신 제공 활동을 통해 새롭게 창출하는‘파생통화’의 합으로 결정된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한국은행이 시중에 공급하는 본원통화의 증가율은 지난 해 말 7.7%에서 올해 9월 4.1%로 둔화되었다. 그러나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민간 신용 제공 규모는 2004년 8조 1천억 원, 2005년 92조원, 2006년 3분기까지 137조 3천억 원으로 급증했고 올해 2분기에는 사상 최대 폭인 56조 9천억 원이나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 10월까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은 35조 6천억 원, 가계대출은 30조 3천억 원이나 증가했다.
금리 인상과 한국은행의 본원통화 공급 축소에도 불구하고 시중 금융기관들의 여신 제공 급증으로 시중유동성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집값 안정을 위한 유동성 축소 목적의 금리 인상은 예상보다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소폭의 금리 인상만으로는 기대한 만큼의 시중유동성 축소 및 주택가격 안정 효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만약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주택가격 안정 효과는 커지겠지만 실물경기마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가계 및 기업의 금융비용 증가, 그로 인한 소비 및 투자 위축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돈줄 죄기 이외의 종합적인 주택가격 안정대책 병행되어야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주택담보대출 억제나 금리 인상만으로는 지속적인 집값 안정을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대출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도 주택 수급 불균형, 불안 심리 확산 등 여타 요인에 의해 집값 상승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초과유동성을 통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 지속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 금융 대책뿐만 아니라 주택 수급 개선, 분양가 정책 및 부동산 세제 합리화 등 종합적인 주택시장 안정 대책이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선주택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고 투기적 수요자들의 초과 수익 기대 심리를 차단하는 것이 주택시장 안정 기조 정착의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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