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강도 높은 비판 “문제점만 덮자는 것인가?”
2008년부터 여성과 고령자 등 정규직 근로자들이 학업이나 질병 등 특수한 사정이 생겼을 경우 정규직 신분을 유지하면서 시간제 근로를 할 수 있게 된다.
자녀가 만 3세 미만인 경우도 하루 또는 주당 통상 근로시간의 절반 혹은 1/4 가량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육아기간 중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마련된다.
열린우리당과 노동부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 보호 입법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금년 6월까지‘비정규직 고용개선 5개년 계획’을 수립키로 했다.
노동부는 특히 ‘육아기간 중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도입에 관해서는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력 단절이 심각하고 노동시장 재진입 시 정규직으로 진출이 곤란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당정은 후속대책에서 올 하반기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연 100만원까지 직업훈련비를 제공하는 직업훈련계좌제도 도입키로 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 안정망도 대폭 강화된다. 내년부터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나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이 적용되도록 관련법을 개정한다.
또한 2008년부터 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월차 휴가 수당과 근로시간의 연장·야간·휴일근로 때 50%의 가산급여를 받을 수 있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와 함께 당정은 노사정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비정규직 실태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실태를 파악, 문제점을 시정하는 한편 8월 말까지 파견대상 업종 범위 등의 비정규직법안 하위법령을 제정키로 했다.
정부·여당이 지난 12일 내놓은 비정규직 관련 입법 후속대책에 대해 노동계는 매우 인색한 평가를 내놓았다.
민주노동당은 13일 발표한 ‘정부 비정규종합대책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 대책이 없다’란 제목의 논평에서 “비정규종합대책으로 발표된 것들은 정책 방향에 못 미치는 근시안적인 대책들이 대부분”이라며 “양립이 어려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과 ‘건전한 비정규직 활용 촉진’을 정책방향으로 같이 내놓은 것은 극도의 자기모순”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먼저, 정규직 전환 지원을 위해 발표한 ‘직업훈련계좌제’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이는 직업훈련제도 중의 하나로서, 개별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땀 어린 직업능력개발을 요구하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이 없다”며 “기업에서 높아진 직업능력을 가진 비정규노동자를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하게끔 하는 강제성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 한 개별 비정규노동자의 노력만을 강조한 허망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건전한 비정규직 활용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내놓은 ‘시간제 근로 전환청구권’과 ‘육아기간 중 근로시간 단축제도’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은 “여성들의 대부분은 이미 혜택을 볼 수 없는 비정규직 신분으로 전락해 버린 상태”라며 실효성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 노동국장인 이창규 씨는“비정규직은 마음대로 해고가 가능하고 정규직도 무분별한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 불안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떤 근로자가 이런 제도들을 이용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창규 씨는“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의 대책들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과 구조조정의 엄격한 제한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도 13일 성명을 내고 정부·여당의 ‘후속대책'에 대해 “법에서 이미 확대시행이 예정돼 있거나 비정규직 문제와 무관하게 이미 추진되어야 하는 사항들"이라고 꼬집었다.
‘후속대책'의 상당한 내용이 비정규직 관련 입법과 관계없이 이미 확정됐거나 추진돼 온 정책을 ‘비정규직 후속대책'으로 포장지만 바꿔 내놓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이수봉 대변인은 “비정규직 법안의 문제점을 가리기 위해 내놓은 것에 불과한 ‘후속대책'에 대해 굳이 별도의 논평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제대로 된 법부터 만드는 것이 ‘후속대책' 발표보다 먼저 정부와 여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아웃소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