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급 균형위해 재배면적 줄여야"
"쌀 수급 균형위해 재배면적 줄여야"
  • 승인 2006.03.2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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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득직불제가 이농이나 탈농 등 농업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중기적인 쌀 수급 균형을 위해서는 쌀 이외 다른 품목의 농지 사용이나 비농업적 활용을 확대하는 등 벼 재배면적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획예산처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주관으로 22일 개최한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농림·해양수산 분야 공개토론회에서는 최근 농업분야 핵심현안이 되고 있는 쌀 수급안정 문제 등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 및 연구기관 전문가, 언론인, 농민단체 대표, 정부관계자들이 패널로 나와 ‘쌀 가격지지’에서 ‘농가 소득지지’로 전환하기 위해 도입한 공공비축제와 쌀 소득직불제, 쌀 수급조정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주제발표

농촌경제연구원 김정호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해 도입된 공공비축제는 민간의 유통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공공비축제 도입으로 쌀 수매가에 대한 국회동의제가 폐지되고 시장원리에 따른 양곡관리제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나 적정매입량 규모에 대한 논란, 민간 쌀 유통기능 미약 등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매입량 외의 물량을 처리할 미곡종합처리장, 양곡도매상 등 민간 유통기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쌀 소득직불제는 쌀 농가 소득안정과 쌀 분야 구조조정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쌀 소득직불제는 쌀값이 크게 하락(전년대비 13.4%)했던 지난해에 이전 쌀농사 소득의 97.3% 수준으로 보전해주는 등 농가소득 보전에 크게 기여했으나 이농 및 탈농 억제 등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경때 보상금 지급 '생산조정제' 제안

김 연구위원은 이런 점을 감안해 중기적인 쌀 수급 균형을 위해서는 쌀 외에 타 품목 농지사용, 비농업적 활용 확대 등 실질적인 벼 재배면적 감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재배면적의 급격한 축소는 한계가 있으므로 휴경, 전작(콩, 사료작물 등 재배) 시 보상금을 지급하는 생산조정제의 한시적 시행을 제안했다.

또한 생산조정을 단기적으로 시행할 경우 농업진흥지역 위주로 집단화하는 것이 좋으나 경영이양직불제 등 구조조정 정책목표와 상충되며, 한계지 위주로 휴경하는 것도 재정효율성의 문제가 있다는 것.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3년 단위로 시행하고 동일 필지의 연속 휴경을 제한하는 조건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토론내용

이날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는 작년 쌀값 하락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이어졌다.

홍준근 한국쌀전업농 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쌀 정책 초년도인 지난해 수급조절 기능상실로 수확기 쌀값이 하락, 농가손실이 증대했다고 지적하고 소득안정대책에 미흡한 점을 보완해 쌀 농가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강대 사공용 교수(경제학)는 최근 쌀값 하락은 정책 불확실성보다는 재배면적 과다로 인한 수급불균형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김성아 사무총장은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공공비축제가 도입됨으로써 쌀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하고 지난해처럼 쌀값이 폭락해 농민반발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값 완만한 하락 유도 바람직

쌀 과잉구조의 원인과 영향에 대한 진단도 있었다. 염주영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소비감소와 수입증가로 초래되는 쌀 과잉구조를 방치할 경우 쌀값폭락과 재정부담 가중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농가충격 완화와 재정부담 일시 급증을 방지하기 위해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쌀값이 완만하게 하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설광언 KDI 연구위원은 쌀값이 하락해도 소득이 보전되는 현행 제도 아래서는 농민이 쌀농사를 줄일 이유가 없어 쌀 과잉구조를 지속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시장가격뿐 아니라 농민이 수취하는 가격(소득)도 일정수준까지 하락하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쌀 수급과 가격전망에 대해 농촌경제연구원 김정호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쌀값에 대한 예측은 현재의 쌀값 동향이 과거와는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어 매우 어려운 문제이나 오는 2010년까지 13만 원(80kg)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책실무자인 농림부 이상길 식량정책국장은 쌀 소비감소와 수입증가로 공급과잉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평년작만 되어도 약 22만~24만 톤 수준의 추가재고가 발생하여 수확기 농가출하 물량흡수 요구는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쌀 수급균형을 위한 중장기 대책에 대해 사공용 교수는 농지전용은 바람직하지만 국토개발계획, 난개발 방지 등으로 단기 시행이 곤란함으로 연구와 계획수립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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