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과 판단 GNI보다 GDP가 훨씬 정확
경제성과 판단 GNI보다 GDP가 훨씬 정확
  • 승인 2006.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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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5년 국민계정(잠정)’ 결과를 놓고 일부 언론에서 실질 GDP는 4.0% 성장한 반면, 실질 GNI는 0.5%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며 이는 모두 성장잠재력이 허약해진 탓이라고 보도했다.

과연 이 언론보도의 주장은 타당한가. 그렇다면 지금의 경기회복세도 허약한 기초체력 때문에 장기간 지속되기란 힘들지 않겠는가. 이 보도를 접한 독자들 가운데는 이 같은 생각을 가져보기도 했을 것이다.

이는 경제성장의 정도를 분석하는데 있어 어떤 지표가 대표적으로 쓰이고 있는지를 알면 쉽게 오해를 풀 수 있다.

한 나라 경제가 이룩한 성과를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서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들 수 있다. GDP는 국내에 있는 노동, 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결합하여 만들어낸 최종생산물의 합 또는 부가가치의 합으로 생산 및 지출 등 실물경제활동의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이다.

한편 국민이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 즉 생산활동을 통하여 획득한 구매력을 나타내는 소득지표로 국민총소득(GNI)이 있다.


실질GNI, 실질무역손익 등을 반영한 소득지표

소득지표인 실질GNI는 생산지표인 실질 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익’과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해 구하는데, 실질무역손익은 수출로 획득한 재원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낸다.

즉 교역조건이 좋아지면 수출금액이 같더라도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나고 반대로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어 국가경제 전체의 실질구매력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2004년에 대당 20달러인 휴대폰을 100개 수출해 번 2000달러로 배럴당 20달러인 원유를 100배럴 수입할 수 있었던 반면, 2005년에는 휴대폰 가격이 대당 10달러로 하락하고 유가는 40달러로 상승했다면 휴대폰 100개를 수출해 번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원유의 양이 25배럴로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 실질무역손실이 원유 75배럴만큼 발생했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경제 전체의 실질소득이 그 만큼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실질 GNI는 구매력 변화를 반영하고 있어 실질소득의 움직임을 잘 보여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가급등, 반도체가격 하락 등 해외경제여건의 변화에 크게 좌우되는 면이 있어 실질 GDP와는 달리 생산활동, 고용 사정 등 경제상황 전반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하면 GNI가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이라면 GDP는 주머니 속의 돈을 실제로 사용해서 구입한 상품의 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돈을 주머니 속에 쌓아 놓고 있는 것은 아직 경제활동으로 나타나지 않은 잠재적인 상태로 주머니 속의 돈을 사용해 물건을 구입해야 비로소 소비지출, 투자활동, 고용과 같은 실제 경제활동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GNI 움직임에 지나친 의존은 경제상황 판단 오류 가능성

따라서 실질 GNI의 움직임에 지나치게 의존해 경제상황을 판단할 경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유가급등, 반도체가격 하락 등과 같은 해외경제변수의 영향으로 국내의 경제기초여건(fundamentals)과 상관없이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실이 발생해 실질 GDP보다 실질 GNI가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고 대만, 아일랜드 등과 같이 IT 중심 성장국가들 역시 IT 제품의 가격 하락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GNI가 실질 GDP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원유수입이 많은 미국, 일본 등에서 조차도 유가상승의 영향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GNI가 실질 GDP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실질 GNI가 실질 GDP보다 낮다고 이를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

물론 1960년대 이전에는 거시경제 분석의 초점이 소득측면에 있었기 때문에 GNI를 경제성장의 중심지표로 삼았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경제의 개방화가 급격히 진전되고 노동.자본의 국가 간 이동이 확대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주요 국가들 모두 GDP가 경제성장 중심 지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GNI 성장률이 국내경기, 고용사정 등 펀더멘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되면서 각국은 경제성장의 중심지표를 GDP로 바꿨다.

유럽의 OECD국가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독일, 일본 등도 이미 90년대 초반에 GDP를 경제성장의 중심지표로 삼았으며 우리나라도 이 같은 국제추세에 맞춰 1995년부터 GNI에서 GDP로 변경해 발표하고 있다.

한편, 유엔과 IMF 등 국제기구가 제정해 각국에 따르도록 한 국민소득통계의 국제적인 편제기준인 국민계정체계(System of National Accounts 1993)에서는 물론 국내의 생산활동의 중심지표로 실질GDP를 이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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