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적 경영의 자신감
일본적 경영의 자신감
  • 승인 2006.03.0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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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안목의 인사관리 필요

일본적 경영 ‘他山之石’ 삼아야

세계 경제를 호령하던 일본경제는 1990년대부터 장기불황에 빠져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의 시기를 거쳐 왔다.

그 원인이 ‘일본적 경영’으로 일컬어지는 오랜 고용관행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판이 거세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영의 모범으로 받아들여지던 일본적 경영에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고 오히려 해가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 사이에 미국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자 우리기업들은 미국을 배우자는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인적자원관리 분야에서 두드러져 미국식 인사관리야말로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신병기라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글로벌 스탠다드, 성과주의, 역량과 같은 인사관리의 주된 흐름으로 자리 잡고 경영이 어려워지면 가차 없이 사람을 잘라내는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의 수술을 단행하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그것은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여 환부가 확인되면 이를 도려내는 절제술에 의존하는 서양의학의 접근방식과 흡사하다.

회사가 어려울 때 사람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그릇된 온정주의로 매도되고, 그것은 장차 회사를 망하게 하는 악행처럼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전통적인 인사담당자들은 그 일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여 재무담당자가 인사부서를 장악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인사관리는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철저히 분석적인 방법과 밀어붙이는 관리적 추진력만이 확실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기업을 지배하게 되었다. 때마침 다가온 외환위기 사태는 그런 생각이 옳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관리방식은 확실히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본경제가 기지개를 켜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 배경에는 일본식 경영, 곧 고용을 보장하는




는 일본 특유의 경영방식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이 되었던 일본적 경영이 이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매우 역설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경영자인 토요타자동차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이와 같은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일본 경제인들의 대표집단인 게이단렌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일본적 경영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일본적 경영의 요체는 인간 존중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영이라는 이념에 입각한 ‘고용의 보장’이다.

이것은 “침몰하는 배에서 모두 함께 죽기보다는 적절한 인원을 바다에 수장시켜 다수가 사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라는 이념을 굳게 믿는 인사담당자들이 새로운 충격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그는 “일본에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미국식 경영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올 때 나는 ‘종업원의 목을 자르려거든 경영자가 먼저 할복하라’는 호소를 했고 많은 경영자들이 나의 의견에 동조해준 것이 일본 경제회복을 이끌었다”는 주장을 한다.

일본의 경영자들은 경영악화를 겪으면서도 종신고용을 유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사기와 근로의욕을 높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경영방식임을 믿고 있었던 듯하다. 그것은 “프로는 성과로만 말해야지 사기는 무슨 놈의 사기야”라고 말하는 얼치기 경영자의 입을 다물게 하는 분명한 사례이다.

일본의 예이기는 하지만 소니는 미국식 경영방식을 일찍 도입해 오히려 어려움에 빠졌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라고 다를 것이 있을까.

물론 일본적 경영의 약점은 이미 지적되었고 이는 고쳐야 할 병폐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미국식 경영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포장하고 거기에 매달리는 것도 옳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경영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사의 역할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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