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만 있을뿐 부동산거품 빠진다
시차만 있을뿐 부동산거품 빠진다
  • 승인 2005.09.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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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투명화 · 투기이익 환수 · 공급확대 '장기적 대책' 국민신뢰 중요

[기고] 김수현 국민경제비서관

두 달을 넘게 끌어온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있던 8월 31일 아침, 최종 당정회의를 위해 집을 나서는 나에게 아내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강남 대체 신도시는 도대체 왜 하는 거에요?” 이미 그 전날 일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인터넷에서는 ‘다시 공급부족론에 빠졌다’는 비판이 등등하던 것을 읽은 모양이다.

그러잖아도 ‘너무 세서 실패한다’와 ‘너무 약해서 실패한다’는 악몽에 시달리던 처지에 발표날 아침의 배웅인사 치고는 잔인했다.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습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언론반응도 정책의 강도는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과연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긴급히 실시된 여론조사의 결과도 애매하다. 이럴 때, 정책수립 과정에서 전체 얼개와 구도를 어떻게 구상했는지 알려드리는 것도 시장참여자의 판단에 도움이 될 듯하다.

부동산 초과이익 일관되게 지속적 환수

이미 여러 차례 알려진 것처럼, 이번 부동산 정책은 진작에 ①시장 투명화 ②투기이익 환수를 통한 초과이익 기대심리 제거 ③공공역할 강화를 통한 공급확대라는 3원칙 아래 준비를 시작했다. 설계의 기본 테마는 제시되었던 셈이다. 그에 따라 다양한 정책들이 설계도에 채워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8·31 국민참여 부동산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설계도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부동산에 대한 초과이익 기대심리가 걷히고, 과도한 사회적 자원집중이 완화될 것을 기대한다.

역사적인 이유든, 경제구조의 특성이든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에 대한 집착은 가히 비정상적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두 배나 많은 자원이 부동산에 묶여있는 점, 또한 두 배나 높은 가격, 최고 수준인 임대료, 역시 최고 수준인 건설업 비중 등만 보아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금만 올라도, 또 조금만 내려도’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영향을 주게 된다. 역대정부가 오르내림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다.

이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률을 사회적 평균수익률보다 낮춰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가·과다주택에 대해 보유부담을 높이고(종합부동산세), 이익이 발생할 경우 양도세율을 대폭 올렸다(장기보유 특별공제 없이 비사업용 및 외지인 소유 토지 60%, 2주택 50%, 3주택 60%). 물론 외국의 부동산 세제와 비교하여 무엇 무엇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양도세율이 높다는 얘기가 많다. 그러나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세율이 근로소득세와 같아서는 일할 맛이 나겠는가?

또 세금만으로 부동산 값을 잡을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맞는 얘기다. 그러나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환수’하는 것은 부동산 가격의 거품을 빼는 출발점이다. 이번의 보유세, 양도세 설계에서 특히 여러 번 계산해 보았던 것이 고가·과다보유자의 부동산을 통한 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를 넘느냐 아니냐 여부였다.

실수요 중심 시장 개편…공급 늘려도 부작용 없어

두 번째 기대는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는 것이다. 산업활동 및 생활에 필수적인 부동산의 보유와 이용은 보호·권장하되, 초과이익 기대심리는 제거하자는 것이다. 막판까지 1세대 1주택 및 서민주택에 대해 세금이 오르지 않도록 고심했다. 각계에서 1세대 1주택 양도세 면제가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오히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45%까지 상향시켰다. 재산세는 향후 2년간 사실상 동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심한 일은 이번 정책의 결과로 실제 싼 주택이 공급되도록 하는 일이었다. 원가연동제를 부활시키고, 싸게 공급하는 대신 전매금지 기간을 10년으로 늘렸으며, 생애최초 구입자금 지원이나 금리를 낮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 비난을 각오하고 ‘과감한 공급계획’을 포함시켰다. 얼마전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가수요 때문이라고 진단한 정부가 공급확대에 공을 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혹은, 세제강화 등 수요관리 대책의 효과를 확인한 다음 공급대책을 추진한 것이 낫지 않았을까?

이번 정책마련에 참여한 당정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수요관리 대책의 효과를 확신하고 있다. 미진하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왜곡된 시장구조를 감안하면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적정수위를 고심한 결과다. 여러 차례 정밀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제 가수요가 아닌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정착될 것이며, 따라서 실수요를 진작해도 부작용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는 2004년의 수도권 주택공급은 지난 10년 평균치 수준이다. 즉, 평년수준의 공급은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며, 정부도 총량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활욕구가 높아지고 있고, 특히 차도 댈 수 없는 기존 단독주택가에 대한 선호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아파트 입주 대기자는 늘고 있는 편이다. 자동차 문화에 맞지 않는 기존 주택가 구조를 어떻든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임대주택 참여정부 말까지 40만호 이상 건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도권에서 연간 25만∼30만호 정도의 실수요는 있으며, 이것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필요는 분명히 있다. 아직 자가보유율도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강북의 기성 시가지 개선과 수도권 신규택지 확보에 공을 들였다. 발표 전날까지 신규택지 문제로 회의를 거듭한 것은 그 때문이다. 임대주택 역시 역대정부 최대치를 공급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전체 주택건설 허가의 25% 정도가 국민임대주택이었다. 참여정부 말까지 40만호 이상은 확실히 건립될 것이다.

그런데 강남 인근에 대체 신도시는 무엇인가? 강북 뉴타운에 힘을 쏟아야지 결국은 범강남권을 더 강화시켜 불패신화만 높이는 것 아닌가?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고가부동산에 대한 보유부담을 높이더라도 희소성이 부각되는 한 가격상승 기대심리를 떨어뜨릴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정책은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에 명확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20년밖에 안 된 멀쩡한 아파트를 (중대형) 공급확대라는 명목으로 부수고, 11평짜리를 30평으로 바꾸는 것을 원거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정당화하는 이런 비정상적인 사업이 계속되도록 둘 수는 없다. 용적률이라는 사회적 자산에 너무나 오랫동안 무임승차하면서, 이제는 그것이 심지어 사유재산이며 개인적 권리라는 믿음까지 갖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강남권에 집중된 직장을 감안할 때, 재건축사업이 아니면서도 주택공급을 늘릴 방법이 필요했다. 그 결과 송파 신도시가 구상되었다. 그러나 이미 몇 차례 정부가 강조했지만, 송파가 판교의 재판이 되도록 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판교 택지분양까지 늦추며 배수진을 쳤던 정부 아닌가? 이미 발표된 뉴타운 사업에 따라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주택 거주자들의 자산가치 상승효과는 있겠지만, 너도나도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가 구사할 수 있는 수단이 여럿 있지만, 그 중의 하나로 공시가격만 현실화하더라도 상당한 세금이 오른다는 점도 고려하기 바란다.

실거래가 정착…신고 따로·가격 따로 관행 '싹'

세 번째는 여론이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지만, 정책 설계에 참여한 사람들로서는 매우 중요하게 보는 ‘투명화’다. 이제 부동산 실거래가 파악체계가 정착된다. 등기부에 정확히 기재되며, 허위로 신고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물론 일부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경우는 허위신고를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 감정상 등기부는 내 재산의 모든 것을 나타내는 ‘집문서’다. 그렇게 만만한 문서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실가신고된 내역은 정부 각 부처가 공유한다. 새로 설치되는 국세청의 전담조직은 각종 불법, 편법 그리고 이상 거래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가 필요하면 조사에 착수할 것이다. 취합된 통계는 정기적으로 공개한다. 통계의 정확성을 위해 관련조직을 강화하기도 했다. 투명하게 거래, 보유, 과세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통계적으로도 국민들과 공유하게 되면 부동산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변할 것으로 믿는다. ‘신고가격 따로, 실제가격 따로’ 식의 후진적 관성도 바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체계적이고 투명한 정책형성 과정에 기여할 것이다.

여기서 덧붙일 얘기가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행자부와 건교부의 통계차이에 대해서다. 물론 그 동안 부동산 통계가 워낙 부실했기 때문에 정착되기까지 애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건교부가 생산하는 주택보급률 산정에서 1인 세대를 빼는 것은 일반적인 통계기법이며, 행자부는 세대당 보유라는 관점에서 통계를 생산한 것이어서 당연한 차이가 있다. 발표문에 그 차이를 자세히 설명했음은 물론이다. 이를 ‘알만한 사람’들이 “조작이다, 의도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안타깝다.

이런 기대사항에 대해 일부 언론이나 정당에서는 초기에 ‘세금폭탄과 서민피해론’을 들고 나오더니, 최근에는 ‘경기위축, 서민주택가격 먼저 하락, 전세가격 상승’ 등을 제기하고 있다. 초기의 쟁점은 오해가 풀리면 해결되겠지만, 최근의 쟁점은 간단치 않다. 실제로 그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위축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많은 여론조사에서는 (건설)경기침체를 겪더라도 부동산 값은 잡아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응답이다. 게다가 부동산에 몰리던 과도한 자원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전환되고, 또 부동산 가격안정을 통해 원가부담이나 임금부담이 낮아진다면 오히려 경기는 안정적으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것이 전문연구기관들의 진단이다.

다음으로 서민주택가격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곧 이런 활자가 등장할 것이다. ‘투기와 무관한 서민주택가격이 오히려 하락!’ 그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식이다. 자, 그래서 정책을 덜컥 완화하면 어떤 결과가 될 것인가? 다시 일부 지역이 폭등할 것이다. 누가 덕을 보느냐 하는 점을 냉정히 보아야 한다. 일관성이 유지된다는 확신만 있다면, 모든 지역에서 거품이 빠질 것이며 특히 더 많이 오른 지역이 그 영향을 크게 받게 될 것이다. 시차의 문제인 것이다.

'총론 찬성, 각론반대’ 힘 빼기 이제 그만

전세가격 상승도 비슷한 문제다. 그 동안 가격상승을 기대하며 상대적으로 낮게 받은 전세값을 올리려 할 가능성이 있으며, 매입수요가 대기수요로 전환되면서 전세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그 동안 전세가격은 주택가격과 시차를 두고 오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다시 안정될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변화할 것인지는 지켜볼 문제다.

덧붙여서 2002, 2003년간 60만호 이상씩 공급된 주택의 입주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수요를 위한 물량이 풍부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매년 국민임대주택 10만호를 건립하는 외에도 판교 등 공영개발지구에서 전세형 임대주택을 공급하며 필요할 경우 다세대·다가구 매입임대주택 물량을 계획보다 2배 이상 늘릴 준비가 되어 있다. 전월세 보증금 융자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다.

결국 초기에 거품이 가라앉는 동안 금단증상을 어떻게 견디느냐가 관건이다. 국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이번에는 일관되게 시행이 되겠는지? 금방 바뀌지 않을지? 돌이켜 보면 그 동안 부동산 정책은 약해서 실패했다기보다 일관성이 없어 실패했다. 반성컨대 참여정부 들어서도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를 약속했다가 주택경기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미루느니 마느니 혼선을 준 바 있다. 종합부동산세도 이것저것 약화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강도의 문제라기보다 일관성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번 정책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상의 대안은 아니다. 또 시장이라는 것이 그렇게 최상의 기대대로만 움직여주는 것도 아니다. ‘총론에는, 또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이 대목 때문에 동의 못하고 저 대목 때문에 동의 못하고’ 하는 식으로 힘 빼기를 하지 말자. 이번 정책은 수요관리와 공급확대의 어정쩡한 조합이라고 폄하하기에는 훨씬 심각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실패를 먼저 얘기하지 말고, 성공의 희망을 담은 치열한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자. 누구를 위해 냉소할 것이며, 조소할 것인가? 이번 정책이 반드시 성공해야 되는 이유는 어느 정부, 정당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장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투기적 이익을 보장해 주는 현 제도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투기적 이익을 환수하고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공급하도록 개선할 것인가의 문제다. 또한 이번 정책이 종결은 아니며, 더 완전하고 부작용 없는 정책을 위해서라면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개선될 것이다. 이제 국회라는 공론의 장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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