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의 발생은 가계와 기업이 보유한 자산가치를 높임으로써 일부 경제주체를 부유하게 해 국내 수요를 확대시키고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반드시 반동적인 디플레이션 효과를 동반한다.”
“거품의 생성과 붕괴의 과정을 보면 거품에 경제적 장점은 없고 결점뿐이라는 것이 이번 경험이 가르치는 바이다.”
일본이 부동산 거품 붕괴로부터 촉발된 10년간의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얻은 뼈아픈 교훈이다. 당시 일본 경제기획청은 1993년판 경제백서의 표제를 ‘거품의 교훈과 새로운 발전에의 과제’로 선정할 만큼 하고 거품 폐해가 뼈저리렸음을 고백했다.
어찌됐든 일본은 우리보다 경제만 앞서 있는 것이 아니라 거품과 그 붕괴에 따른 필연적 손실과 악영향도 먼저 겪은 셈이다. 그렇다고 우리도 그러한 전철을 밟아야 할 필요는 없다.
좋은 것은 받아드리되, 나쁜 것은 일찌감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 부동산 거품 붕괴로부터 시작된 장기불황을 통과한 시기를 우리는 훌쩍 뛰어넘을 수 있게 된다.
◆ 거품 발생 원인을 제거하라
일본의 경험이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거품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품발생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 초부터 서울 강남·송파·서초, 경기 용인·분당 등 일부 지역에서 촉발된 국지적 집값 폭등은 일본 동경에서 시작된 버블 팽창기의 그 현상과 유사하다. 다른 점이라면 우리는 투기적 가수요에 의해 집값이, 일본은 기업이 중심이 된 상업용 부동산 매입으로 부동산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급등의 요소도 비슷하게 갖고 있다. 저금리하의 과도한 시중 유동성, 금융기관의 공격적 부동산 관련대출 확대라는 요인은 일본과 유사하다.
이 요인들은 거품이 확대 심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거품이 확대되거나 터지기 직전까지 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거품을 빼고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신속한 정책적 대응이 추진돼야 한다.
8월말 예정된 부동산안정 종합대책도 이러한 목적을 거둘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신속한 정책대응체제를 확립하라
사실 일본이 10년이나 장기불황을 겪어야 했던 것은 거품 붕괴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체제를 구축하거나 또는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거품이 형성되고 붕괴된 뒤 정책대응에 나서기까지 나타났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응정책이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정책이 실현될 때까지 일본은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정책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가상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부동산가격 급등세의 지속기간별, 가계대출 증가세 등 상황별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나리오 작성은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는 과격한 조치를 사전에 예방하는 한편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또 거품발생을 알기까지는 의외로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부동산시장과 금융기관의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버블을 부정하는 시각이 강했고 버블이 파열된 뒤에야 비로소 버블의 존재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라
과거 우리 정부가 부동산 불패 신화를 쉽게 꺾지 못했던 이유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부동산 투기세력의 강력한 저항때문에 처음의 정책의지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일본도 이 점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본은 1997년말 금융시스템 위기에 봉착한 후 최근까지 부실채권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불량채권 처리의 범위와 기간에 대해 정부와 여당간에 상당한 이견이 존재해 정책조정이 잘 이뤄지지 못했고, 대형은행과 관련 채무기업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도 지지부진했다.
결국 정책이 신속히 집행되기 위해서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중요하다. 8월말 종합대책이 아무리 완벽하고 좋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없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정책 실효성을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참여정부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는 믿어도 좋을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책 입안자들은 틈만 있으면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아웃소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