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인우기술 황규만 상무 선방(善防)과 전망(展望)
전문가 기고-인우기술 황규만 상무 선방(善防)과 전망(展望)
  • 승인 2004.12.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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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년 한해가 가고 있다. 정말로 업종에 상관없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단어가 배부른 소리로 들릴 정도로 모두가 견디기 힘들었던 그런 한해였던 것 같다. 주변에서는 아직도 기업이 문을 닫지 않고 살아있다면 선방(善防)했다고 한다. 여기서 선방이란 마치 축구경기에서 분명히 질 줄 알았는데 근소한 차이로 지거나 비겼을 때 쓰는 말이다. 어려움을 잘 막아냈다는 뜻이다. 매출이 얼마이고, 수익이 얼마 난 것이 아니고, 단지 아직도 숨쉬고 있다는 것만 가지고 선방했다니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기업들 긴 불황의 터널 지나온 힘든 한해
-'먹구름 뒤 태양' 같은 '희망'으로 새해를

올해 경제신문 1면을 장식했던 기사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끊임없는 내수 추락에 기업들 속속 마케팅 포기, 백약이 무효· 실탄이라도 아끼자, 카드 현금서비스 절반이상 감소, 은행-하반기에도 돈줄 죈다, 하반기 경기회복 물 건너 갔나, 경기회복 예상보다 지연, 상장中企 34% 부도 가능성, 4분기-체감경기 위축 지속 전망 등 무엇하나 희망적인 단어는 없었다. 차라리 무엇을 먹다 얹히거나 체했다면 소화제를 먹거나 엄지손가락을 바늘로 따기라도 해서 막힌 것을 뚫을 텐데 모두 맥을 놓고, 희망을 잃어버린 치료 방법이 전혀 없는 스스로 희망을 갖지 않는 한 회복할 수 없는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진 환자 같았다.

가장 큰 요인은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경제의 혈액인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았다. 이처럼 돈이 돌지 않으면 경제도 사람의 몸처럼 손발부터 썩어 들어가는 증상이 나타난다. 서민층 자영업자 중소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다 못해 쓰러지는 현재의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들은 이미 가계대출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 미래 소득까지 써 버려 돈을 더 빌릴 수 없는 상태이며 우량 대기업은 돈이 넘쳐 나니 대출을 받지 않고 중소기업은 대출을 받기 어려워져 돈이 은행창구를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유동성 증가율도 낮아지고 있다

이렇듯 2004년은 선방이라는 단어처럼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바닥에 엎드려 경기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살아 남아야 한다는 얘기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그런 한해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넋 놓고 앉아 있을 수 만은 없지 않는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이렇게 치유되기를 기다릴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지나간 2004년을 어둡게 덮고 있었던 불황의 그늘을 벗어 버리자. 끊임없이 흐르는 물처럼.

물은 쉬지 않고 흐른다. 자신이 넘어갈 수 없는 장애물이 나타나면, 그 밑으로 자신을 숙여 흘러간다. 아픈 가슴이나 고달픈 현실 앞에 주저앉지 않고 흐르고 흘러 그는 마침내 거대한 바다의 물결에 합류한다. 그 곳에서 그는 자신이 본디 미약한 한 방울의 물이 아니라 강력한 파도이며 거대한 출렁임 그 자체였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고 한다.

몇 년 전인가보다. 1월1일 동해안 일출을 보러 갔다가 비구름 때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가 없었던 적이 있다. 그때 이렇게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태양은 우리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여러분 보는 방향에 태양은 있다. 그 태양을 향해 우리의 소망을 빌자. 안 보인다고 우리의 소망을 들어주지 않겠는가. 그리고 비가 오니 바다가 잔잔하지 않고 파도가 심하게 일고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새해에는 파도처럼 힘차게 희망이 솟구칠 것이라는 것을 얘기하는 듯하다.

우리 내부에는 무한한 잠재력이 잠들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이너스 사고로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과 삶을 갉아먹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플러스 발상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처럼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이 일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자. 실패하는 사람들처럼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문제가 생겼는가라며 원망하지 말고...

우리들은 미래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한다.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따로 풀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 풀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2005년을 밝게 보고 희망적으로 전망하면서 김칫국부터 마셔도 무방할 듯 하다.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인가. 한번 한다면 제대로 하는 민족이 아니던가. 열정은 천재의 재능보다 낫다고 한다. 한국인의 정신은 한마디로 열정(熱情)이다. 熱情은 어떤 일에 불같이 헌신하는 마음이다. 미치는 것이다. 토인비는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熱情이다"고 했다. 불황의 요인은 경제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 있다.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어렵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 씨가 되는데...

2005 년 새해 좋은 일만 생각하자. 좋아질 것이다. 좋아질 것이다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자. 값어치 있는 기적은 피땀 흘린 자에게만 돌아간다. '나 하나쯤이야' 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냈고, 월드컵 신화를 이루어 냈고,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인의 저력을 끄집어 내어 '함께' 이뤄내는 감격을 느껴보고 싶다. 우리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가진다면 또 한번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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