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팬아시아 정책 포기한다
국민은행, 팬아시아 정책 포기한다
  • 승인 2004.12.03 1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은행(060000)이 작년말부터 김정태 전 행장이 추진해 오던 `팬 아시아 정책`을 중단하기로 하고, `내부 전쟁 준비`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4일 국민은행 김동원 부행장은 “지금 밖으로 나갈 상황이 아니다. 안에서 전쟁하고 있는데 아시아에 가서 한 눈 팔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아직까지 팬 아시아 전략를 언급한다면 어느 누구도 이해못할 상황이다. 국내시장 지키기도 급하다”며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국민은행의 이같은 전략 변경은 씨티그룹과 HSBC 등 세계 최대은행이 안방을 서둘러 공략하고 있는데다 내수 침체가 내년에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시아 팽창 전략 자체가 무모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부실비율을 줄여야 하고, 그간 땅에 떨어진 고객서비스 분야를 강화해야 하는 동시에 인력 구조조정 등을 신속하게 끝내야 하는 등 산적한 문제가 놓여 있다는 점이 외부공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강정원 행장은 이미 취임식 등에서 “소화하지도 못하는 데 더 먹어야 되겠느냐. 기본으로 돌아가자”면서 외형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아울러 통합 2기 국민은행이 1기 은행의 경영전략과 선을 분명히 그음으로써 새 전략에 보다 힘이 실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팬아시아 정책에 깊이 관여하면서 국민은행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던 맥킨지컨설팅에서 영입된 임직원들의 퇴진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지난해 10월 인도네이시아 BII은행을 인수한 뒤 매년 아시아권에서 1-2개 은행을 인수해 아시아 소매금융전문은행으로 거듭나겠다던 통합 1기 국민은행의 팬아시아정책은 완전히 물건너갔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당시 아시아 진출 전략에 대해 일부 해외언론에서는 `대우그룹의 무모한 해외확장 전략을 연상시킨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비판했을 정도로 반대입장이 많았었다"며 "해외 최대은행이 공격하는 상황에서 빠른 궤도 수정은 불가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날 통합 2주년을 맞아 동아시아 현지 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동아시아 리딩뱅크 도약을 선언한 하나은행과 작년부터 해외진출을 적극 공략한 다른 은행의 아시아 진출 확대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