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봉으로 취업희망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증권사 직원들이 과다 업무와 스트레스로 쓰러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30일 대신증권 인천지역 지점장(49)이 출근길에 사망한 데 이어 8월24일 하나증권에서는 본사 부장급 직원 한 명(43)이 업무 중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다.
7월에는 대기업 증권사 직원이 과로사로 사망하는 등 올 들어 과로와 자살 등으로 사망한 증권사 직원들은 1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금융연맹 증권업종본부에 따르면 이처럼 직원들이 연이어 과로사로 사망하는 원인은 증권사의 난립과 제살 깎아 먹기 식의 수수료 인하 전쟁 등 과당 경쟁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요구하는 증권사의 열악한 업무환경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에도 증권사 직원들은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집중해부> 증권사 간부들이 사라지고 있다
많은 업무량·스트레스가 과로사 원인
하나·대신 증권 과로사 잇따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 직원들의 잇따른 과로사에 대해 "연봉이 높은 만큼 업무량과 스트레스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사무금융노동조합은 이 같은 증권업계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실적할당 금지·시간외근무 수당청구 등 다양한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과도한 노동강도와 스트레스 주원인
증권사 직원들의 과로사와 입원 사태 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과도한 노동강도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증권업계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감원을 거치면서 직원수가 3분의 1∼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업무는 오히려 과거보다 늘어난 추세다.
게다가 급여부분을 실적과 밀접하게 연관지어 기본급보다 수당의 비중을 우세하게 만들어 실적이 곧 수당과 연결되도록 하는 급여 구조가 더더욱 직원들을 옥죄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전통적인 업무 이외에도 직원들은 회사의 판매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상품들을 판매하는 등 업무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판매상품이 다양해짐에 따라 교육빈도가 많아지고 실적 부담도 강해졌다. 게다가 야간과 주말 근무까지 병행하면서 근무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노조 한 관계자는 "각 부서의 실적 목표가 결국은 모두 직원들에게 떨어지고 있으며, 실적 달성에 대한 심적 압박과 쉬지 못하는 데 따르는 건강악화가 결국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지점장들의 경우 할당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후선 업무로 발령나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점장의 목표달성에 대한 강박관념은 고스란히 지점 직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이에 따라 직원들에 대한 실적할당 금지 및 시간외 근무시 수당을 요구하고 있다. 퇴근시간 이후 근무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시간외 근무수당 챙기기 움직임도 있다. 급여체계에 대한 수정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수당과 기본급의 배분은 30:70이 평균적이다. 노조는 이에 대해 "기본급에 대한 안정적인 배려가 회사로부터 있지 않으면 실적과 수당이 직결된 강압적이고 강제적인 업무 문화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사 "과로사 아니다" 억측 사양
대신증권은 최근 사망한 인천지역 지점장에 대해 "과로사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신증권은 현재까지 사망자 가족과 만남을 시도하고 있으며 사망원인을 직접적으로 확인하지 못해 알 수는 없지만 출근길 사망이라는 이유로 과로사로 단정 짓는 것은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대신증권 홍보실 한 관계자는 "출근길에 사망한 것만 가지고 과로사로 해석하는 것은 일방적이다"면서 "아직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며 고인의 가족과 연락을 취하고 있는 중이며, 연락이 된다면 적당한 위로금을 모금해 전달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산재처리 등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입장만 알려왔다. 과당경쟁이나 무리한 업무배정 등에 대한 과로사 의혹에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나증권도 과로사라는 주장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나증권 홍보실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병원을 다니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 내에서 사고라는 이유로 모두 과로사로 취급하지는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과다업무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전했다. 특히 과당경쟁이나 과다업무만이 사망원인은 아니란 입장이다.
한편, 증권업계는 이들 모두 40대 중후반으로 기존에 치명적인 질병을 앓았거나 앓고 있지 않았던 점 등으로 보아 업무과정에서 '지나친 스트레스와 압박감' 등으로 인한 과로사 이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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