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본판 '잃어버린 10년' 전철 밟나?
경제,일본판 '잃어버린 10년' 전철 밟나?
  • 승인 2004.09.0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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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격한 위축세를 맞고 있는 국내 건설시장 및 부동산시장이 자칫 ‘일본판 장기불황’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소장 김선덕)는 1일 ‘일본의 버블붕괴 과정에서의 정부정책 및 건설업 변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과도한 정부규제로 인해 국내 건설부동산시장이 일본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부규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량만 급격히 감소하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일본보다 더욱 급격한 경착륙이 우려된다는 게 연구소 측의 시각이다.

◇일본식 장기불황 전철 밟게 되나?=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부동산 버블붕괴가 시작된 지난 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금리인상→부동산가격 하락→착공물량 감소→소형건설사 및 시행사 부도 속출→대기업 도산→재정지출정책(경기부양책의 일환)’ 등의 단계를 거쳤다.

일본은 89년과 90년 사이 금리인상(2.5%→6.0%)을 단행한 결과 90년부터 93년까지 약 534조 엔에 달하는 토지자산액이 감소했다. 이 시기 주택공급 물량(착공 기준)은 최고 정점이던 89년의 166만5000가구에서 91년은 134만3000가구로 20% 가까이 감소했다.

이에 비해 국내시장의 경우 저금리기조는 유지한 채 ‘정부규제→공급물량 감소→소형건설사 및 시행사 부도 위기’ 등의 수순을 밟고 있는 상태다.

일본이 금리인상을 통해 부동산가격을 떨어뜨린 후 착공물량 감소로 이어졌다면 국내시장은 일단 과도한 정책규제를 통해 가격하락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부동산가격은 큰 변동없이 단기간에 공급량만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실제 국내 시장의 경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부동산폭락 사태는 없는 대신 공급량 감소 폭은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올해 1월~7월의 주택공급량은 18만8936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6%나 감소했다. 이같은 감소 폭은 외환위기 때와도 맞먹는 수치다.

김선덕 소장은 “일본은 버블붕괴 초기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위기’와 더불어 급격한 공급량 감소로 인한 ‘내수위축’ 등 2가지 요인으로 ‘잃어버린 10년’의 단초를 제공하게 됐다”며 “국내 시장은 아직 부동산가격 폭락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일본에 비해 단기간 동안의 공급량 감소 폭이 훨씬 높아 결국 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는 일본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초기 불황상태를 보이고 있는 국내 건설부동산이 일본의 복사판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탄력적 규제ㆍ현실적인 SOC지원책 시급=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급격한 공급량 감소가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정도로 ‘위험수위’에 다다른 만큼 정부는 서둘러 건설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급량 감소는 결국 분양대금 감소로 이어져 건설업체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일본과 유사한 급격한 ‘내수위축’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미 최근 입주아파트의 잔금 납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건설산업 위기의 징표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부동산가격에 큰 변동이 없다고 해서 현 상황을 오판하거나 규제완화 시기를 실기(失期)해서는 안 된다고 연구소 측은 주문하고 있다.

김 소장은 “외면적으로 보이는 가격하락이 없다고 해서 상황의 심각성을 모른다면 큰 문제”라며 “정작 중요한 공급량 감소가 향후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주택가격은 잡지 못하고 건설 산업만 붕괴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주택산업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급격하게 SOC투자로 업무를 전환하는 정부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건설업체들이 주택사업 비중보다 SOC 투자를 늘려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는 얘기지만 관련 예산책정 등을 통해 구체화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 규제도 건설산업을 연착륙 시키는 방향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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