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중반 이후 활발히 도입되기 시작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잠깐용어 참조) 시스템을 보자.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상장 및 코스닥 등록기업 중 약 44%가 ERP 시스 템을 도입했고, 그 중 대다수가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단지 10∼15% 기업만이 그나마 자위할 수 있는 수준의 만족도를 거뒀을 뿐이다. 심 지어 IT 컨설팅회사 컨설턴트조차도 ERP 도입에 따른 효과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이러한 전사적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이를 잘 활용하여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ERP 시스템 구축에 따 른 효과가 없었다면 그 원인은 변화관리의 실패에 있다고 확신한다.
흔히 듣던 서양 속담 얘기를 해보자. 말을 물가에는 데려갈 수 있어도 물을 먹 일 수는 없다. 특히 현재 갈증을 못 느끼는 말일 경우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헌데 IT 투자의 경우는 물을 먹도록 해야 한다. 끌고 간 모든 말들이 갈증을 느끼도록 하고 마시는 법도 새로 가르치고 물맛이 좋다는 걸 느끼게끔 해줘야 한다. 바로 여기에 어려움이 있다.
■보상시스템 뒤따라야 성공■
전사적 IT 도입에 필요한 변화에는 기술시스템과 사회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있 다. 기술시스템에는 프로세스, 과업, 기술 등이 포함되고, 사회시스템에는 사 람, 태도, 보상 시스템, 권한 구조 등이 포함된다. 말을 물가에 데려가는 건 기술시스템의 변화이고, 물을 마시게 하는 건 사회시스템 변화다. 변화관리라 는 용어는 통상 후자의 경우를 지칭한다.
사회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전사적인 IT투자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시스템이 더 고급화될수록, 다시 말해 의사결정 구조의 상위 사용자가 늘면 늘수록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변화관리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염두에 둬야 하는 몇 가지 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로 변화 대상인 사람-관리체제-조직구조 가운데, 사람의 경우는 새로운 시 스템에 대한 IT 역량을 갖도록 해야 됨은 물론 조직의 효과적인 운영에 공헌하 는 개인행동을 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기적인 행동을 자제 하고 조직 발전을 위해 양심적으로 규정을 준수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 안하며 기꺼이 나누려는 행동 등을 의미한다. 달리 말해 좋은 시민 정신을 갖 도록 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두 번째 관리체제 변화다. 새로운 ERP 시스템의 도입은 자연히 많은 업무 방식 의 변화를 초래하고 이에 대한 조직 구성원의 저항이 커지게 되는 바 이를 적 극적으로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 필자의 간접경험으로는 이러한 조직 구성원의 저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정하게 시행되는 새로운 보 상 시스템이다.
셋째는 적절한 조직구조 변화다. 새로운 시스템이 촉발한 업무, 프로세스 변화 그리고 보상 시스템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구조가 필요하다.
넷째로는 위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일관성을 갖고 추진돼야 하며, 또한 변화관 리가 잘 측정되고 관리돼야 한다. 이렇듯 전사적 IT 투자에 대한 성공 조건은 의외로 IT와 관계가 먼 듯한 조직의 기획실과 인사관리 담당부서 역할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잠깐 용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기업의 모든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계 획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구매, 생산, 판매, 회계, 인사 등이 하나의 시스 템에 통합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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