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국민은행 탈세 의혹, 추징 검토''
국세청 ''국민은행 탈세 의혹, 추징 검토''
  • 승인 2004.07.12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국민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1조2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편법회계처리해 법인세 3000억원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국세청이 추징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업회계를 비정상적으로 처리해 분식회계 논란까지 일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카드사 부실이 사회문제가 되자 자회사인 국민카드를 흡수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은 부실 채권 등 국민카드 자산과 함께 대손충당금 1조2000억원도 함께 넘겨 받았다.

국민은행은 이 대손충당금을 합병과 동시에 비용으로 반영했고 그만큼 이익 규모가 줄어 들면서 법인세 3000여억원을 절감했다.

하지만 CBS 취재결과 국민은행은 세법상 넘겨받을 수 없는 채권까지 넘겨받아 손실처리해 부당하게 세금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넘겨받을 수 없는 채권 손실처리해 세금 줄여



국세청 예규를 보면 합병되는 법인의 채권 가운데 회수할 수 없는 것으로 확정된 채권은 합병 전에 손실로 처리해야 하며 합병법인이 넘겨받아 손실처리함으로써 세금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수할 수 없는 것으로 확정된 채권이란 부도가 나서 못받게 됐거나, 상법상 기한이 만료된 채권 등을 말하는 것으로 금융감독규정이 정한 자산건전성 분류에 있어서 회수 의문과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런 부실채권까지 넘겨받은 뒤 결손처리해 세금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해서 내지 않은 정확한 세금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규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특히 지난해 8월 국세청 질의를 통해 회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정된 채권은 세금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회계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 법학과 옥무석 교수는 "국민은행이 의도적으로 편법회계처리한 것으로 보여 조세회피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해 탈세라는 점을 시사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박훈 교수도 "피합병법인에서 떨어야 할 손금을 합병법인이 넘겨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세청도 국민은행에 추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국민은행과 추징금 규모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금혜택 못 받는다"는 국세청 유권해석도 무시



국민은행이 대손충당금을 떠넘긴 것은 세법 뿐 아니라 기업회계 기준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행 금융감독규정에는 금융기관은 보유자산의 건정성을 5단계로 분류하고 적정한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카드는 국민은행에 넘기기 위해 합병 전 1조2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전혀 쌓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카드와 외환카드를 합병한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이 대손충당금을 제대로 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로 인해 대손충당금이 고스란히 비용에서 누락되면서 920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28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으로 둔갑했다. 무려 7700억원 이상이 부풀려진 것이다.

국민은행 역시 국민카드의 잘못된 회계를 수정한 뒤 합병해야 하지만 이를 그대로 적용해 6800억원의 지분법 평가손실이 2000억원 이상의 평가이익으로 처리됐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청산과 합병은 동시에 일어난 일이며 합병뒤 대손충당금을 모두 쌓아 비용처리했기 때문에 전체손익에는 변동이 없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회계처리를 통해 합병과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청산과 합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손충당금 누락, 당기순손실이 당기순이익으로 둔갑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입장은 다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합병시 피합병회사의 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피합병회사에서 적립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만일 피합병회사의 회계처리가 위배됐다고 하더라도 합병회사가 이를 고쳐서 처리해야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대손충당금 뿐 아니라 국민카드에서 청산했어야 할 부실채권까지 넘겨받은 것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편법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 위반이라고 단정짓는데는 신중한 모습이다.

이 관계자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은 곧 분식회계를 의미하며 이는 합병 뒤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세청이 국민은행의 세법회계를 인정하느냐 여부도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판단 결과에 따라 국민은행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분식회계 논란 파문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지는 대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