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해 국민연금은 아웃소싱 자금을 운용해 투신사들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지 않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본보수가 낮은 편이 아닌데다 거액을 위탁받을 수 있어 절대 보수는 오히려 많고 국민연금입장에서 보면 성과보수 기준도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 "기본보수 너무 낮다" vs."절대보수는 더 많다"
국민연금은 최근 하반기 5조원의 기금을 맡아 운용할 투신사 10군데를 선정 발표했다. 5조원의 자금은 이달부터 매달 평균 1조원 가량씩 단계적으로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신사들은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탁운용하게 된 것은 좋으나 실속은 거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금운용을 잘 해도 받을 수 있는 보수가 적어 `무료봉사`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기본보수는 낮고 성과보수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5일 투신업계와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아웃소싱 기관을 선정하면서 투신사들에게 기본보수와 함께 운용성적이 일정기준(벤치마크)를 넘을 경우 추가로 받을 수 있는 희망 성과보수를 제시하도록 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본 보수의 경우 가장 높은 수준이 위탁금액의 10bp(0.10%포인트) 정도. 평균은 5~6bp 수준이고 6~8bp를 제시한 투신사들이 가장 많다. 특히 대형사들의 경우 3~4bp의 낮은 보수율을 감수하면서까지 위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신사별 최대 위탁 규모가 5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기본 보수가 아무리 많아야 5억 정도다. 투신사들이 이렇게 낮은 보수율을 제시한 까닭을 자명하다. 우선 자금위탁을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 한 투신사 관계자는 "국민연금 자금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보수수준을 높게 요구할 수 없다"며 "자금 위탁기관에서 제외될 경우 시장에서 위신이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측은 그러나 "기본보수가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낮은 수준은 아니다"며 "삼성생명의 일임계약도 9bp정도라 10bp 이내로 써내라고 했다"며 "투신사들이 보수율을 스스로 낮게 적어내고 불평을 하니 답답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보수율로 따지면 낮을지 몰라도 3000억~5000억원이란 거액을 운용할 수 있어 절대 보수 수준에서 보면 운용사에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 "성과보수 기준 너무 엄격" vs. "보너스로 준 것"
운용실적이 일정수준(벤치마크)를 넘길 경우 추가로 받게 되는 성과보수는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투신사들의 불만이다. 벤치마크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곽대환 아웃소싱팀장은 "새롭게 도입하는 국민연금 채권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내면 일단 성과보수 대상에 들어가고 이중 자금투입시점의 국고채3년물보다 높은 수익을 내면 성과보수를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성과보수의 경우 가장 많이 제시한 투신사의 경우가 초과수익의 10% 정도. 그러나 이를 받기 위해서는 채권지수와 자금위탁시점의 국고채3년 수익률중 높은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야 하는 셈이다.
한 투신사 운용담당 간부는 "금리가 오를 경우 국고채3년 수익률을 상회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리상승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보유채권의 평균만기(듀레이션)을 축소해야 하고 듀레이션이 줄면 기대수익률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듀레이션만 보면 벤치마크를 넘기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금리는 오를 때만 있는 것이 아니고 투자대상에도 현물채권 뿐만 아니라 선물과 특수채권 등에도 투자할 수 있어 불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투신사들은 금리가 내릴 때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금리가 오를 때 까먹은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내릴 때 듀레이션을 크게 늘려서 높은 수익이 나도록 해야 하는데 이는 너무나 위험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 투신사 매니저는 "금리가 내릴 줄 알고 과도하게 공격적인 전략을 썼다가 펀드가 망가지면 도저히 회복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측은 "국고채3년 수익률이 너무 높다고 한다면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아웃소싱 하지 말고 직접 국고채3년물을 매입하는 것이 낫다"며 "아웃소싱하는 목적은 기본적으로 다른 전략이나 운용기법을 통해 초과수익을 내달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적극적인 운용을 부추기기 위해 제시하지 않아도 되는 성과보수를 보너스형태로 넣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 "투자요건 너무 까다롭다" vs. "제약 심한 것 아니다"
국민연금은 지나친 위험을 막기 위해 듀레이션을 제한하고 있다. 펀드의 평균만기를 1.3~3년으로 막아 놓은 것. 국고3년의 듀레이션은 2.7년 정도지만 펀드의 듀레이션은 이보다 짧을 수 밖에 없다는 게 투신사들의 견해다. 매수후 보유전략만으로는 국고3년 수익률 이상을 내기 힘든 이유중 하나다.
편입 채권과 운용에 대한 다른 기준들도 성과보수에 대한 기대를 버리게 만든다. 투신사들은 신용등급 A-이상의 채권에만 투자할 수 있다. 만약 등급이 그 아래로 떨어지면 5영업일 내로 정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국고채보다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에 투자하거나 선물을 이용하는 것도 답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투신사 한 간부는 "보통 종합채권지수에서 회사채 비중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민연금 지수에서는 어떻게 될 지 모르나 회사채 비중을 그 이상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리상승기 국채선물 매도에 대해서도 "국채선물을 매도하면 그만큼 저평가폭이 커지게 되고 매도하는 순간 저평가폭만큼 잃고 들어가는 것"이라며 "이는 금리상승기 전략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의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채권의 이자가 아니라 단기매매를 통해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지만 이마저 제한적이다. 국민연금은 또 펀드의 회전율을 800%로 제한해 놓고 있다. 전체 보유채권을 1년에 8차례만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것.
한 투신사 매니저는 "채권지수를 그대로 복제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교체한다고 해도 연 200%의 회전율이 나온다"며 "나머지 6번의 매매로 아무리 잘해야 연간 10~20bp 정도의 수익률을 더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측은 지나친 불만이라고 반박했다. 연금 관계자는 "듀레이션 범위에 대해서는 너무 폭넓게 허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으며 국고채말고 다른 채권에도 투자할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채 등급제한의 경우에도 A-미만의 회사채가 과연 얼마나 되느냐"며 "그때문에 제약이 심하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성과보수 이미 포기" vs. "실제로는 더 많은 실익 있다"
투신사들은 운용을 아주 잘해 벤치마크 이상의 수익률을 올려도 성과보수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울상이다. 국민연금의 기준은 `벤치마크+10bp`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만 성과보수를 주는 것이다. 여기에 투신사가 채권매매를 하면서 지불해야 하는 각종 수수료가 7~10bp 정도된다. 투신사 한 간부는 "연간 20bp 정도의 초과수익률을 내도 받을 수 있는 성과보수는 거의 없다"며 "희망 성과보수를 제시하기는 했지만 펀드운용은 벤치마크를 따라가는 정도로 목표를 삼았다"고 말했다.
삼성선물 최완석 팀장은 "아무리 금리전망을 잘 맞췄다고 해도 그에 따라 듀레이션을 조절하기란 쉽지 않다"며 "특히 대부분 국고채로 펀드를 운용하면서 국고3년 수익률을 올린다는 것은 금리상승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자금때문에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며 "일임계약이기 때문에 증권사에 주는 판매수수료 부담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운용사가 얻는 수수료는 더 많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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