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경비업체 스케치
무인경비업체 스케치
  • 승인 2004.02.02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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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경비라면 의례 도둑을 막아주는 업(業)이라고 먼저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 하지만 박상준 캡스 강남지사 CE 팀장(30)은 몇 가지 의미를
더 부여했다.
“재산을 지켜준다는 건 변함없습니다. 다만 도둑 뿐 아니라 화재, 가스누
출 등의 위험에서도 보호해드리죠.”

설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직종 가운데 하나가 경비업이다. 최근 생활밀착
형으 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휴가를 떠나시다가 고속도로에서 전화를 거세요. 집에 가스밸브를 안 잠
근 것 같다구요. 확인해 연락드리면 그제서야 안심하시지요.”

실제로 화재를 막은 일도 여러 차례다. 지난해 고객 사무실에서 물에 젖
은 콘 센트 때문에 누전화재가 발생했다. 연기가 자욱했지만 초기진압에
성공해 큰 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 사무실 복사기 과열로 불이 날 뻔한 적
도 있었다. 그 는 “이런 경우 사람들을 먼저 내보내고 소화기로 초기진화
에 나선다”고 설명 했다.

잠긴 문을 따주는 건 아예 일상적인 일이 됐다. 때로는 고객이 집을 비운
사이 에 강풍으로 쓰러진 화분에 경보가 울리기도 한다. 경보가 울리면
현장에서 확 인하는 건 철칙.

박 팀장은 “깨진 화분을 치우고 주변 정리까지 말끔히 하고 왔다”며 “어
떤 고객은 애완동물 밥을 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
다.

■무인경비는 예방이 목적■

박 팀장을 포함한 30명 강남팀원은 빨간 날에 쉰다는 생각을 잊은 지 오
래다. 이들은 주간근무 이틀 뒤 야간근무 이틀, 휴일 이틀로 3교대 체제
로 돌아간다.

특히나 박 팀장은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를 제대한 지 불과 3일 만에 캡
스에 취직했다. 97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제대로 된 휴일을 보낸 적
이 없는 셈 이다.

주간근무 때는 경비설비가 잘 작동하는지 돌아보는 수준이라 그래도 괜
찮다. 반면 야간근무에 들어서면 저녁 6시부터 오전 7시까지 긴장을 늦추
지 못한다.

“차를 세워두고 잠을 청하는 일은 상상도 못해요. 회사규정상 차를 오래
세워 둘 수도 없죠. 관할지역 6000개 시설을 계속 순찰 다녀야합니다.”

그는 “보통 직장인처럼 휴일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고객들이 저로
인해 안심하고 휴가를 떠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웃었다.

박 팀장은 칼을 든 도둑과 맞닥뜨린 적도 있다. “식은 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 이 되는 순간”이라며 “도둑이 갑작스럽게 도망을 쳐 놓친 게 아쉬웠
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실제로 도둑과 마주하는 순간은 많지 않다. 또 마
주한다고 해도 도둑과 싸울 것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혈기가 넘쳐 오늘 밤 도둑을 잡아보겠다고 덤비는 팀원도 있어요. 하지
만 부 상이라도 입으면 곤란하죠. 지키고 있다가 경찰에 연락해 협조를
통해 잡아내 요.”

그는 “무인경비는 예방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보가 울리는
경우 90%는 고객 실수나 동물, 바람 등이 원인이다. 10%가 도둑이라 해
도 경보가 큰 소리로 울리자 마자 도망가는 게 대다수라고 한다.

그렇다고 전혀 도둑을 맞은 적이 없지는 않다. 한번은 5분 내에 달려갔는
데도 도둑이 사무실 노트북을 쓸어갔다. 보상은 별도 문제지만, 이럴 때
는 박 팀장 도 ‘믿고 맡겨준 고객에게 실망시켰다’ 싶어 마음이 착잡했다.

“보통 연휴 전에 도둑이 많아요. 도둑들도 명절 때 필요한 돈을 마련하고
자 하는거죠. 생계형인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비상에 돌입했습니다. 재
산 걱정 마 시고 명절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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