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Rental) 비즈니스 전성시대- 미국 비즈트렌드
렌털(Rental) 비즈니스 전성시대- 미국 비즈트렌드
  • 승인 2004.02.02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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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곧 애틀랜타로 이사를 하는 데이비드 호프씨는 고민에 빠졌다.
오래된 텔레비전과 낡은 가구를 바꿔야 할 때가 됐기 때문. 이사를 하면
서 새 가전제품과 가구를 장만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한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바로 잦은 이사. 대기업 중역인 호프씨는 회사일로 자주 이사를
다녀야 하는 처지다. 덩치 큰 물건들을 이사할 때마다 옮기는 건 여간 힘
든 일이 아니었다. 매번 이삿짐을 싸고 푸는 것도 귀찮고, 이사 경비도 만
만치 않았다. 호프씨의 걱정을 말끔히 해결해준 것은 생활용품 렌털
(Rental)회사. 가전제품은 물론 침대, 식탁, 소파, 심지어 식기까지 임대
할 수 있는 렌털회사를 발견한 것이다. 애틀랜타에서 1년 남짓 살 예정인
호프씨는 개인 소지품과 옷을 제외하고 웬만한 가전제품과 가구는 모두
임대하기로 마음먹었다. 호프씨는 "1년 후 이사 걱정 없이 홀가분하게 다
음 발령지로 떠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렌털 비즈니스가 활기를 띠고 있다. 렌털회사는 생활용품을 임
대해주는 곳.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을 대여해준다. 큰돈을
들여 새 물건을 살 필요 없이 간편하게 빌려 쓸 수 있는 것이다. 렌털회사
는 또 집까지 물건을 배달해주고, 대여기간이 끝나면 알아서 회수해 가
기 때문에 이사가 잦은 사람들에게 편리하다. 렌털기간이 끝난 후 중고가
격에 자신이 구입할 수도 있다. 과거 렌털은 공장의 장비 같은 생산재에
집중됐지만 최근 생활용품을 대여해주는 렌털 비즈니스가 인기를 모으
고 있다.

렌털은 장기적으로 볼 때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 한곳에 오래 살 생
각이면 구입을 하는 편이 좋다. 대신 자주 이사를 하거나 단기간 머무를
때는 렌털이 실용적이다. 렌털 비용은 회사와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렌
털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애런렌털의 경우 52인치 프로젝션 텔
레비전을 월 99달러, 대형 냉장고 99달러, 홈시어터 시스템 79달러, 소파
세트 119달러, 컴퓨터를 99달러에 임대하고 있다. 침대를 비롯한 모든 침
실가구가 갖춰진 세트는 149달러다.

집에서 필요한 가구 전체를 통째로 대여할 수 있는 패키지도 등장해 눈길
을 끌고 있다. 자신은 살 집만 구하고 나머지는 모두 렌털회사에 맡기는
것이다. 그야말로 몸만 들어가면 되는 것. 생활용품 렌털 패키지는 이사
를 자주 다니는 독신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비용은 집의 규
모와 가구의 품질에 따라 다르다. 애런렌털의 경우 침실, 거실, 식당을 기
준으로 월 140~200달러대까지 패키지를 갖추고 있다. 다른 가구 렌털회
사들도 보통 월 200~400달러의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일부 고급
가구는 1,000달러가 넘는다.

렌털은 소규모 사무실을 열 때도 실용적이다. 사무실에서 필요한 용품을
전문적으로 대여해주는 렌털회사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책상, 의자, 캐
비닛, 팩스, 복사기 등 사무실에서 필요한 모든 용품을 한꺼번에 마련할
수 있다. 심지어 사무실 장식에 필요한 화분까지 대여 목록에 올라있다.
사무용품 렌털회사는 특히 고객에게 무료로 인테리어 컨설팅까지 제공,
고객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렌털 비즈니스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품목은 컴퓨터. 컴퓨터는 신
제품 출시 주기가 짧아 렌털 비즈니스에 적합한 품목이다. 요즘 웬만한
컴퓨터는 1년만 지나면 고물 취급을 받을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때문
에 소비자는 언제 컴퓨터를 사야 할지 항상 고민스럽다. 지금 사자니 금
방 가격이 떨어질 것 같고,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컴퓨
터 렌털 비즈니스는 이런 컴퓨터산업 주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고객들이
1년 정도 임대해 쓰고 성능이 떨어지면 새로운 것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
이다.

컴퓨터 렌털회사의 고객은 일반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사실 기업들이 더
욱 중요한 고객이다. 기업들이 전시회, 세미나 등 일시적인 행사에서 컴
퓨터가 필요할 때 임대를 선호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전체의 전산시스
템을 렌털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전산시스템은 현대 기업들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문제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업그레이드해야 된다는 것. 기
업 입장에서 1~2년마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
다. 기업은 특히 단순히 전산시스템 구입 비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총
소유비용(TCO)까지 신경 써야 한다. 컴퓨터를 구입하는 비용은 물론 유
지, 보수까지 필요한 모든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대개 컴퓨터 렌
털회사들은 유지, 보수까지 책임진다. 따라서 TCO 측면에서 렌털을 하
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 실제로 콜로라도대학재단은 지난해 컴
퓨터 렌털회사인 센터빔과 계약을 맺은 후 전산 관련 인력 55명을 줄였
다. 센터빔이 컴퓨터와 서버관리, 방화벽, 백업까지 모든 것을 맡게 된
것. 콜로라도대학재단은 렌털로 연간 35~40%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컴퓨터 렌털회사는 컴퓨터와 노트북은 물론 네트
워크장비, 서버, 소프트웨어까지 턴키(Turn-Key)방식으로 제공한다. 따
라서 웬만한 회사의 전산시스템은 렌털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컴퓨
터 렌털회사가 정보기술(IT) 아웃소싱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렌털 가운데 하나는 파티용품이다. 파티용품
은 평소에는 잘 쓰지 않기 때문에 따로 구입하기에 부담스럽다. 따라서
파티용품대여점에서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파티용품은 간단한 장식에
서, 파티에 쓸 각종 접시, 컵, 스푼까지 파티에 필요한 모든 용품을 빌릴
수 있다.

보트 렌털도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분야. 여름철이면 작은 강과 호수
에서 보트를 타고 즐기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보트는 가격이 비싼 것
이 흠이다. 일반인이 사기에 버거울 만큼 고가다. 1년에 몇번만 타는 보트
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도 개인으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보트는 짧게는 1
시간에서 길게는 한달까지 대여할 수 있다. 보트 렌털은 렌터카 개념과
비슷하다. 비용은 보트의 규모에 따라서 달라진다. 몇 명이 탈 수 있는 비
교적 작은 크기의 보트는 일주일에 2,000~4,000달러 정도다.

렌털 비즈니스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 전체 렌털 비즈니
스에 대한 통계자료는 나와 있지 않지만 개별 렌털회사들의 매출은 지속
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최대 렌털회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애런렌
털은 지난해 3/4분기 매출이 1억8,84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02년 1
억5,780만달러에 비해 19% 증가한 것. 순익은 더욱 가파르게 늘었다. 전
년 동기 670만달러보다 29% 성장한 870만달러였다. 애런렌털의 지난해
매출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7억5,000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
망된다.

렌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것보다 비싸지만 현대
인들의 생활패턴이 변하면서 렌털 비즈니스도 한층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독신가정이 늘어나고, 이직에 따른 이동이 잦아지는 등 전통적
인 생활방식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더 편하고, 좀더 심플한 생활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많아질수록 렌털 비즈니스가 빛을 발할 것으로 전
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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