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가 펼치는 다국적 전략의 기본이다. 미국 사람들에게
네슬레가 어느 나라 기업인가 물었을 때 절반 이상이 미국회사라는 답
변을 했고, 영국에서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는 영국 프랑스 미국 이태
리 등 다양한 응답이 나왔다는 일화도 네슬레의 완벽에 가까운 다국
적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아직도 네슬레가 스위스 기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
다. 제품 기획과 생산, 마케팅,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판매 전과정을
철저하게 현지 국가의 기준에 맞춰 전개함으로써 `가장 변신을 잘하
는 다국적 기업" `세계화가 가장 잘 된 기업"으로 꼽히고 있는 네슬레
의 전략을 살펴본다.
◇세계 경영의 핵심은 `현지화":헬무트 마우허 네슬레 회장은 항
상 "우리의 제품이 어디서나 언제나 어떤 식으로든(wherever,
whenever,however)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
표"라고 강조한다.
네스카페 초이스커피 로레알 화장품 등 여러 브랜드로 친숙한 네슬레
사는 전세계 500여곳에 진출해 있으며 종업원 수만해도 23만명이 넘는
다.
이들이 `현지경영"으로 유명해진 동기는 사실 간단하다. 식품업이라
는 업체의 기본 성격상 진출지역에 맞춰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성공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커피는 100여가지의 서로 다른 소비자 기호와 입맛에 맞춰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 처럼 여러 제품을 자국에서 생산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
겠다는게 네슬레의 전략이다. `현지의 법적·문화적·종교적 관행을
고려하라"는 것이 제1의 경영원칙.
현재 네슬레 전체 매출액 중 스위스에서 나오는 매출 비중은 2%도 채
되지 않는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해 기업의 전체 매출액과 해외 매
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기업의 글로벌화 정도를 측정한 결
과 네슬레를 글로벌화 1위 기업으로 꼽았다.
신문은 "글로벌화가 잘된 기업들은 대부분 스위스 등 비교적 경제규모
가 작은 국가들에 본사를 두고 있고 이는 협소한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불가피한 결과"라고 설명하며 "하지만
네슬레는 글로벌화가 잘된 만큼 국내시장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점하
고 있다"고 평가했다.
네슬레의 성공은 특히 가장 세계화하기 어려운 식품 분야에서 거둔 성
과여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각국의 소비자들이 서로 다른 다양한 식
생활문화를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식품산업만큼 전세계에서 인정
받기 어려운 분야가 없기 때문이다.
네슬레는 경영진 또한 다국적화돼있다. 최고경영진들 자체가 대부분
현지인이나 외국인으로 구성돼있을 정도로 유연성과 융통성을 중시한
다. 각 지사별로 철저한 분권화를 원칙으로 현지경영은 현지환경에 따
라 추진된다.
조직의 형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사업환경이나 특성에 따라 수
시로 변하는 유연한 조직은 현지 환경에 적응하는데 보다 수월하게 작
용했다.
◇인수합병으로 회사를 키운다:1866년 설립돼 130여년의 역사를 자랑
하는 네슬레의 발전사는 계속된 인수합병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29
년 초컬릿회사 피터 카일러 사와의 합병, 1947년 알리멘타나 합병 등
으로 시작된 사업 확대는 97년 이탈리아의 미네럴워터 회사인 산 페레
그리노, 98년 영국의 스필러 페트푸드 등에 이르기까지 현재도 계속되
고 있다.
특히 유제품 커피 음료 식수 시리얼 유아용품 냉동식품 초컬릿 과자
애완동물식품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
는 식품회사의 특성상 관련업체 인수는 상당한 상승(시너지)효과로 이
어졌고 해당 국가에 뿌리를 내리는데 큰 도움을 줬다.
◇`브랜드"가 곧 파워, 글로벌 브랜드 전략:네슬레는 일찌감치 `글로
벌 브랜드 전략"을 채택했다. 각국의 이질적인 시장의 변화를 파악해
전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브랜드를 채택했던 것. 네스카페 네스퀵
마일로 테이스터스초이스 로레알 등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들이 그
런 과정에서 탄생했다.
품질, 편의성, 소비자 만족도에서 차별성을 강조하는 상표를 개발해
기업 브랜드 전략과 제품 브랜드 전략의 균형을 잘 유지, 발전시켜왔
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식품회사의 기본은 제품의 `질":마케팅이나 브랜드 전략에만 치중하
는 것이 아니다. 식품회사가 제품이 우수하지 않다면 성공할 수 없다
는 기본을 잊지 않았다.
성별·연령·계층별로 선호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비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스위스의 베르쉐레블랑이라는 한적
한 시골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네슬레의 연구개발(Ｒ&Ｄ)센터와 전세
계 500여개 연구소에서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계속되
고 있다.
1983년 최초로 인스턴트 커피를 내놓은 이후 네슬레는 `기호품"인 커
피의 소비가 소비자 취향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한다는 점을 주목하고
계속해서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향기를 보존해 갓볶은 원두커피의 맛과 향을 내는 신개
념의 인스턴트 커피 개발에 도전하고 있고, 살찔 염려가 없는 아이스
크림, 냉장고에서 꺼내도 잘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 등을 개발중이다.
연구개발센터 기술부문총책임자인 데이비드 파 박사는 "소비자들의 기
호변화에 따라 우리는 4세대 커피 건조기술의 하나로 `고압기술"을 연
구중"이라며 "이미 다른 식품분야에서 시험되고 있는 고압기술은 커피
의 진한 맛과 향을 가장 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임이 입증됐다"고 밝
혔다.
= 유통망 관리 어떻게 =
전세계에 진출해있는 식료품 회사인만큼 유통망 관리는 필수다. 스위
스 본사의 국제훈련센터에서 전세계 관리자들을 훈련시킬 수 있는 단
기 코스를 만들어 2년째 정기적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관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모의실험과 연구를 통해 향후 6년간의 공급
망 관리와 그것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 전략을 세운다. 여
기에는 공장 성능의 극대화, 유통센터 이동, 소매재고 관리 등이 포함
된다.
즉 소비재 시장의 경우 전체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는 뜻. 이를 위해 제조-유통-판매·마케팅의 세부문 관리자들이
함께 유통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점검해 최소의 비용을 들
여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유통시킬 수 있는 시나리오를 탄
생시키는 작업이다.
또 환경을 중시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자체적 환경보호 시스템인
ＮＥＭＳ(Ｎestle Ｅnvironmental Ｍanagement Ｓystem)을 만들어 전
세계 지사와 전체 생산공정에 적용한다. 각 사업부에서는 회사 전체
의 환경 기준에 맞도록 해야 하며 그 결과를 보고하고 검사받아야 할
의무를 갖는다.
ＣＥＯ인 브라벡 레트마테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회 `세계
물 포럼(Ｗorld Ｗater Ｆorum)"에 참가해 물보호 중요성을 강조하고
각국 정부와 기업체간 협력을 촉구하는 등 환경보호를 위한 외부활동
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같은 다각적 노력으로 네슬레는 지난해 총매출 746억6000만 스위스
프랑, 전년대비 10.6% 증가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네슬레
의 전체 시장가액은 1120억320만 스위스 프랑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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