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인재 육성, 기업 스스로 막는다.
파견인재 육성, 기업 스스로 막는다.
  • 승인 2000.12.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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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인재 육성, 기업 스스로 막는다.

-진단 / 활용기업 문제점

파견인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직원과는 차별을 두어야한다는
일부 기업들의 이중성이 심각한 피해를 야기시키고 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파견인력 활용의 증가로 인해 관리상의 이유로 파
견인력과 정직원 구분을 쉽게하기 위해 외형적 차별을 두고있다.

A백화점은 업종특성상 파견인력 활용이 활발한 기업으로 업계에서
는 비정규인력에 대한 복리후생과 임금보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받고
있다.
그러나 A백화점은 파견인력에게 뱃지를 주지 않고 있다.
이유는 보안요원들이 정직원과 파견인력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 갑자기 이직하는 경우가 파견직원이 많고 연간 매출의 5%정도가
내부분실물인 점을 감안할때 꼭 직원을 의심해서만이 아니라도 정직원
과의 구분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백화점 매출의 중요요소인 행사기획 등에 있어서 보안에 철저를 기
해야 할 사항들이 경쟁업체에 유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매출에 까
지 영향을 준다는 이유다.

그래서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보안문제가 심각해 파견인력과 정직
원의 구분은 정확히 되어야 한다”며 “향후 이 방침에는 변화없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B백화점. 이 백화점은 파견인력에게 뱃지를 주지 않고 명찰에
그어진 줄, 출퇴근시 필요한 타임카드 등에서 정직원과 차별을 두고
있었으나 올 초부터 이같은 외형적 구분을 없애기로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일부 지방점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차별이 계속되고 있어 본사
의 폐지방침을 무색케 하고 있다.

B백화점 광주점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유 모씨(22세)는 “파견인력
은 같은 직원으로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라며 “나뿐 아니라 다른 직
원들도 특별한 이유없이 그들을 무시하고 싫어한다”고 말했다. 파견
직원은 소위 ‘왕따’라는 것이다.

유씨 말에 따르면 처음 파견직원이 들어오면 이미 근무처에 소문이 퍼
지고 그때부터 왕따는 시작되는데, 만약 운이 좋아 사무실내에서 그
사실이 무사히 넘어가더라도 위기는 산넘어 산. 뱃지가 없다는 것이
나 명찰의 줄표시 혹은 타임카드 등으로 자신이 파견직이라는 것을
홍보하고 다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직원의 경우 파견직이라 해도 뱃지가 나오거나 명찰로도
구분이 안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명찰을 뒤집어보면 알게된다
고 했다. 일반 사원번호가 있는 정직원과는 달리 파견인력은 주민등록
번호나 정직원과는 다른 단위의 번호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신분증의 앞·뒤 차이이라는 것이다.

C기업은 파견인력활용이 절대적인 기업으로 하반기에도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국에 있는 C기업의 사업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비정규인력
과 정규직인력은 유니폼부터가 다르다. 뱃지 카드 등에 비하면 유니
폼은 100m 거리에서도 ‘파견인력’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리는 셈이
다.

C기업 인사과 관계자는 “관리주체가 다르고 소모품이나 제반비용 등
에 대해 계약시 업체와 합의된 사항”이라며 “비용문제도 간과할 수
는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 파견인력을 활용하면서도 인력에 대한 확실
한 믿음을 갖지못하는 기업들과 나를 믿지 못하는 회사에 다닌다는
좌절감을 느끼는 파견인력.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 이어진다. 외형적
차별에서부터 인간관계나 업무의 차별성까지 파견직으로 하여금 주눅
들게 만들고 급기야는 직장생활에 적응키 힘들게 만든다.

이에대해 파견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견인력활용을 통한 고용유연성
으로 기업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업들이 정작 인력운용에서는 파견인력
들의 능력발휘를 가로막고 있다”며 “기업의 발전과 파견제도의 취지
를 제대로 살리려면 인사담당자와 기존직원들의 인식변화가 시급하
다”고 지적했다.

<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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