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고려해야 할 가장 큰 특징 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그룹으로 불리
는 재벌기업의 존재다. 200대 기업의 경영성과를 살펴보고도 30대 그
룹을 다시 분석해 보는 이유도 이러한 우리나라의 독특한 경영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개별기업 분석과 달리 그룹 경영은 한 두개 계열사들의 경영성과가 미
흡하더라도 그룹전체 차원에서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경영성과를 낼
수 있어 개별기업의 분석과는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각 그룹들
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 경영성과가 얼마든지 달
라질 수 있다.
<>부채는 감소, 수익성 개선은 미비<>
분석결과에 따르면 그간 정부가 구조조정과 기업개선 작업의 평가 기
준으로 제시한 부채비율에선 상당한 성과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99
년 기준으로 30대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은 232%로 드러났다. 이는 97
년 부채비율이 449%에 달했던 데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97년부터 99년간 24개에 달하는 그룹들이 부채비율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고 절반에 해당하는 15개 그룹의 99년 현재 부채비율이 20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것이 결코 성공적인 경영성
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97년부터 99년
까지 30대 그룹 중 불과 9개 그룹만이 영업을 통해 자본비용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9개 그룹이 전체 30대 그룹의 매출에서 차지하
는 비율은 37%에 이르고 총투자 대비 비중도 31%에 달한다. 결과적으
로 30대그룹들은 전체적으로는 그간 꾸준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여
전히 자본비용 이하의 수익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99년 기준으로 과거 5년간 30대 그룹의 경제적 기회손실액
이 약 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동기간 동안 지속적
으로 투자자산에 대한 기회비용 이상의 수익을 꾸준히 창출한 그룹은
하나도 없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30대 그룹 중 절반을 넘는 16개 그룹이 과거 5년간
단 한번도 투자자산에 대한 기회비용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다
는 사실이다.
<>수익성 낮은 사업분야 투자축소가 주효<>
그렇다면 97년부터 99년까지 어느 정도 수익창출에 성공한 9개 그룹과
그렇지 못한 나머지 그룹들간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이를 구분하는 가장 뚜렷한 외적지표가 바로 총투자자산성장률과 현금
흐름투자수익률이다. 우선 총투자자산성장률 부분을 살펴보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그룹들의 3년간 총투자자산성장률이 -7%로 나타난 반
면, 수익성 개선에 실패한 나머지 그룹들은 4%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
다.
즉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그룹은 공통적으로 총투자 축소를 통해 체질
강화에 주력한 반면에 그렇지 못한 그룹들은 꾸준히 투자를 늘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단순히 투자를 늘렸다는 사실이 나쁜 것은 아
니다. 그러나 이에 따른 경영성과를 살펴보면 투자의 증감 이상의 것
을 밝혀낼 수 있다.
동기간 내에 수익성 개선 성공그룹의 현금흐름투자수익률이 5%에 이르
는 반면, 그렇지 못한 그룹들은 -0.5%에 머물렀다. 이는 양측의 경영
전략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에 반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그룹들은 우리가 이미 외국 우수기업
사례에서 살펴봤듯 과거 수익성 낮은 사업부문에서 과감하게 투자를
축소했다. 97년부터 99년까지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그룹들은 과거 낮
은 수익성을 보인 부분에 대한 대폭적인 투자삭감은 물론 어느 정도
수익성이 보장된 부분에도 보수적인 투자관점을 지향했다.
수익성 개선 실패 그룹들은 반대로 평균이상의 수익을 낸 분야에 대한
투자를 비슷하게 가져간 대신에 평균 혹은 이보다 저조한 수익을 낸
사업분야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증대시켰다. 다시 말해 수익성 개선에
실패한 그룹들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높이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보
다는 외형에 더욱 신경썼을 뿐 아니라 투자부분에 대한 선정에도 성공
적이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9개 그룹들은 매출 이익률, 고정자산 혹은 운전
자본 생산성 등 대부분 경영지표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경영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에서는
양쪽이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오히려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그룹들에 이 분야에 대한 추가적인 비용 절감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
로 풀이할 수 있다.
<>자산생산성 향상이 관건<>
이미 언급했듯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그룹들과 그렇지 못한 그룹들간
에는 가중평균 현금흐름투자수익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보스턴컨설
팅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양 그룹들간의 이러한 차이는 현금마진 부분
에서 더욱 자산생산성 관리에서의 뚜렷한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밝
혀졌다.
분석기간 동안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그룹들의 현금마진부분도 일정부
분 그렇지 못한 그룹들에 비해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무엇보다 자
산생산성부분에서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수익성 개선에 실패한 그룹들
이 70% 내외에서 자산생산성이 정체한 데 비해 수익성 개선 성공 그룹
들은 동기간 90%에서 120%까지 뚜렷하게 자산생산성이 향상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산생산성이나 현금
흐름마진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자산생산성
관리는 고정비가 높은 제조업체들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라이슬러 사례에서 지적한대로 우리
기업들이 현금흐름마진에는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지만 자산생산성 관
리에서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부분이라
하겠다.
현금마진과 자산생산성을 외국 우수기업들과 비교해 봐도 이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미국 경제주간지 포춘이 선정
500대 기업들과 비교해 분석한 결과 외국기업의 평균을 100으로 계산
했을 때 국내 기업들의 외국대비 현금마진 지수는 92로 별 차이가 없
으나 외국대비 자산생산성 지수는 59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면 대부분 산업에서 소수 선두 기업들
은 자본비용을 웃도는 현금흐름투자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 경제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
는 30대 그룹의 경영성과는 사실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간 수익성 제
고 측면보다는 성장위주 투자에 주력했던 결과다. 부채비율 등 재무구
조에 중심을 둔 기업평가보다는 향후 기업과 해당기업에 투자한 주주
들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성장이 기업개선
작업의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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