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구입한 제품을 바꾸러 일요일 아침 일찍 백화점에 도착했다.
아직 영업 시작 전이었다. 대부분의 백화점들은 아침 10시에 문을 여
는데, 미리 도착한 손님들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자마
자 매장으로 달려갔다.
드디어 문이 열려 매장에 들어서는데 매우 난처한 입장에 놓이고 말았
다. 정문에서부터 약 50~60명 정도의 판매원이 두 줄로 서서 들어오
는 사람들에게 90도 정도 각도로 허리를 굽히면서 "어서 오십시오"라
고 소리 높여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한 번으로 족했지만, 시간차를
두고 여러 번 하는 바람에 그 행렬을 빠져 나올 때까지 예닐곱 번의
인사를 받아야 했다. ‘서비스가 최고로구나!’하는 인상을 받기보다
는 고통의 순간이었다.
두 줄로 서서 인사를 하는 수십 명이 쏟아내는 시선에 주눅 들지 않
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행렬 중간에 관리자로 보이는, 말쑥한
신사도 서 있었는데 그 사람의 구령에 맞춰 인사를 하는 것으로 미루
어 마치 인사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고객들은 수십 명이 마치 일거
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것 같아 걸음이 편할 리 없고, 머리 속에는 그
자리를 재빨리 피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을 것이다.
그 때 이후 백화점에 갈 일이 있어도 개점 시간은 피한다. 아마 지금
은 고객을 마치 동물원의 동물 구경하듯 쳐다보면서 허울뿐인 개점 인
사를 하는 그런 백화점은 없을 것이다.
고객의 반응은 생각하지 않고 계속 반복적인 인사를 하는 것은 불필요
하다. 만약 매장 판매원을 교육시키기 위해 그런 행사(?)를 하는 것이
라면 그만두는 게 낫다. 직원 교육은 교육장에서 하는 것을 충분하다.
누구나 많은 시선을 받게 되면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라는 심정에
서 불안해지거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경우가 있다. 뒤통수가 근질근
질해지고, 민망스러워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한다.
약국의 대면 판매대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약국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점포 규모가 커지는 추세인데, 벽면이 유리로 된 커다란 약국의
판매대에 약사들이 쭉 앉아 한결같이 문과 바깥을 쳐다보고 있다. 손
님이 여럿이라면 좀 다르지만, 한가한 시간이라면 어지간한 배짱 없이
는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힘들다.
인상은 눈초리로 결정된다. 손님에게 편안한 인상을 주려면 ‘눈으로
웃는 ’연습을 해야 한다. 손님이 가까이 있을 때 눈동자가 눈 위쪽으
로 올라간 상태로 고객을 쳐다보는 것은 금물. ‘뭐 이런 손님이 다
있어’라고 생각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반대로 눈동자를 내리깔고 본
다면 얕잡아 보는 듯한 시선이 되고 만다.
얼굴을 움직이지 않고 옆의 고객을 본다면 마치 흘겨보는 듯 까다롭
고 무서운 시선이 된다. 위 아래로 훑어보는 것 역시 피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시선이 연인 사이에서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
겠지만, 손님을 대할 때는 다르다. 좋은 느낌을 주는 눈매관리가 점포
의 인상을 결정짓는다. 이러한 눈의 움직임은 정작 본인이 모르는 경
우가 많다. 고객에게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인상이 좋지 않은
사람’으로 낙인찍힌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호감을 주는 인상은 눈에서 시작된다. 최고의 판매원이 되고 싶다면
거울에 비친 자기 표정을 자주 봐야 한다. 지금은 모 대학에서 학생
을 가르치는 친구가 20여 년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는 말이야 눈을 깨끗하게 씻고 만나야 돼. 그
래야 진실이 통하는 거야.’
판매원도 마찬가지다. 깨끗한 눈과 바른 눈매는 고객에게 믿음을 준
다.
김종태 (유한M&C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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