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 공동 브랜드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출 제품에 대해 외
국 바이어와 자사의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 자사의 브랜드
를 알림으로써 장기적인 사업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공동 브랜드 사례 MP3 플레이어 업체인 디지탈웨이(대표 우중구)는
미국의 아이디오(IDEO)사 와 공동 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하기 위해 긴
밀히 협력하고 있다. IDEO는 종합 디자인 회사로 BMW, 캐논, 시스코,
델, 나이키, 루슨트, 휴렛 팩커드, 삼성, 제록스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공동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두 회사는 디지탈웨이가 생산을 책
임지고, 디자인 및 현지 유통은 IDEO가 맡을 계획이다. 특히 공동 브
랜드를 정한 후 두 회사가 함께 제작한 제품 임을 명시할 생각이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도 SES, HOT, 신화, 보아 등 인기그룹을 키워낸 SM
엔터 테인먼트(대표 이수만)와 함께 HOT플레이어를 이달 들어 선보였
다. 5만여명의 HOT 팬클럽을 겨냥한 이 제품은 인기그룹명을 딴 브랜
드와 함 께 디지탈웨이란 회사 로고가 뒷면에 새겨진 채로 인터파크,
바이엔조 이, 엠피메이트, 엠피세이 등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공급되
고 있다.
엠피맨닷컴(대표 문광수)도 수출 물량의 절반 가량을 공동 브랜드 마
케팅 으로 소화하고 있다. 일본의 아이와나 독일의 그룬디히 등 대형
업체에는 OEM으로 수출하는데 만족하고 있지만 중국, 독일, 이태리 등
에는 엠피 맨이라는 브랜드가 명시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홍
콩의 젭센(Jebsen)을 통해 지난 해 8월부터 J&C 엠피맨이라는 브랜드
로 매달 3천~5천대 가량을 중국시장에 내놓고 있다. 또 독일 유수의
가전업체 중 하나인 슈나이더(Schneider)사에도 슈나이 더 엠피맨이
란 브랜드로 지난 해 9월부터 수출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디스트
렐(DISTREL)사를 통해 엠피맨닷컴이란 브랜드로 매달 3천여대 가량 공
급하고 있다.
PDA 업체인 싸이버뱅크(대표 조영상)도 공동 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 이다. 5, 6월께 브라질에 수출될 제품의 경우 현지 이동통신사업
자인 텔레포니 카의 이름과 함께 케이스 하단에는 싸이버뱅크란 회사
명이, 상단엔 현 지 유통업체인 비텔콤의 상품명이 새겨지게 된다.
또 PDA폰을 부팅할 경우 싸이버뱅크라는 회사명이 떠오르는 기법도 적
용할 계획이다. 싸이버뱅크는 국내에도 PC-e폰이라는 브랜드로 SK텔레
콤 대리점 100여개 를 통해 오는 3월 중순께 공급할 예정이다. 이 제
품에도 역시 브라질 수출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공동 브랜드 마케팅을
적용할 방침이다. 4월께부터 선적될 예정인 미국 수출 물량도 역시
이 방식을 택할 예정이다.
◆왜 공동브랜드 마케팅인가 OEM 업체로서는 브랜드 마케팅을 시도하
기가 여간 벅찬 일이 아니다. 자기 브랜드를 내세울 경우 거래 업체
의 비위를 거슬려 거래선이 끊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물량을
주문해온 거래처가 더 이상 주문을 원치 않을 경우 제조업체로서는 수
익 구조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마케팅은 언젠가는 이뤄야 하는 벤처 중소
기업 의 목표이기도 하다. 기기 대수당 생산원가를 빼고 남길 수 있
는 수익률엔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무형의 자산인 브랜드 파워를 키워 시장 을 장악하고 안정된 수익구조
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하 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
다.
그렇다고 무작정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MP3P,
PDA 등 휴대형 디지털기기 업계에는 자금력이 약한 벤처 중기들이 대
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규모 마케팅 전략을 구사, 세계적
인 브랜드를 만든 후 이를 통해 돈을 벌 때까지 기다리기엔 힘이 부친
다.
이처럼 OEM만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기 브랜드만 내세울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형국 속에서 고심해온 벤처 중기들이 결국 찾아낸 해
법이 바로 공동 브랜드 마케팅이다. 주문업체의 상표를 기기에 부착
해 주지만 자기 회 사의 로고나 상표도 함께 붙일 수 있도록 협상의
묘를 발휘한 것.
◆남은 과제 공동 브랜드 마케팅의 흐름이 휴대형 디지털기기를 만들
어온 벤처 중기를 중심으로 그 물꼬를 트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상
당수 기업들은 안정된 자 금 흐름을 위해 OEM 방식의 수출에 치중하
고 있다. 대규모 물량을 주문하는 대형 거래처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생산업체가 신규 거래처를 만들기 위해서
는 OEM 물량을 발주한 기존 거래처의 허가를 비공식적으로 받아야 하
는 비합리적인 관행을 낳고 있다.
결국 국내 대기업들과 OEM 관계를 맺고 있는 벤처 중기들은 단기적인
수익 을 높이는 데는 크게 도움을 받았겠지만 자생적인 사업구조를 만
들어 내는 데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체 브랜드나 회사 인지
도를 높이는 데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을 OEM의 족쇄로만 채워놓는 옛 관행
을 청 산하기 위해서는 공동 브랜드 마케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
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도 국내 대기업들이 먼저 기
술력 있는 벤처기업과 함께 동반자 적 관계에서 공동 브랜드 마케팅
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의 이
같은 협동 모델이 나타날 경우 국내 벤처산업 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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