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불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TV드라마 ‘애인’에서 황신
혜가 신었던 샌들과 핸드백은 ‘구치’였다. 한국의 젊은 여자 연예인
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호화로움과 풍성함, 섹시함을 강조하는 구치는 1923년 이탈리아의 가
죽수공업자 구치오 구치(Guccio Gucci)가 창립했다. 1950년대에는 4명
의 아들이 대를 이어 본격적인 패션 브랜드로 키웠다.
구치의 대표작은 대나무손잡이 핸드백(1947년), 금속장식을 붙인 모커
신 샌들(1952년),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를 위해 제작한 꽃무늬
스카프(1966년) 등. 오드리 햅번, 재클린 케네디, 마리아 칼라스 같
은 유명인사들의 애장품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고급 브랜드
의 반열로 들어 섰다.
구치에도 시련은 있었다. 형제간의 재산다툼과 암살로 구치의 이미지
는 한때 3류 브랜드로 전락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 미국 출신
의 디자이너 톰 포드의 감각과 도미니코 데졸레의 경영전략이 멋지게
어우러지며 예전의 명성을 재건하는데 성공했다. 화려한 소재와 색
상, 단순한 디자인 속에 숨겨진 조화를 앞세워 1990년대 ‘섹시 무
드’를 이끄는 최고의 패션 브랜드로 떠오른 것.
구치의 성공 배후에는 대중의 관심사를 디자인에 접목시키는 발군의
감각이라는 비결이 숨어있다. 구치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인 ‘섹
스’라는 주제를 패션에 담아냄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대중적 명
품 브랜드’로 부활했다.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동질감, 다양성을 하나의 통일된 주제로 이
야기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브랜드만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
을 수 있는 법이다. 패션산업으로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싶어하는 한
국 기업이라면 수십년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구치를 들여다보며 성공
의 열쇠를 찾아 볼 일이다.
글 : 홍성민(보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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