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패션은 구두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다. 발을 보호하는 기
능 외에 품위를 완성하는 패션의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구두는 그만큼 까다로운 상품. 의상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구두 하나 고르는데 이것저것 따져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탈리아의 구두브랜드 테스토니(a.testoni)는 1929년 구두기능공 집
안출신인 ‘아메데오 테스토니’가 피혁가공으로 유명한 볼로냐에서
작은 구두방을 열면서 시작됐다. 구두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다. 핸드백 가방 벨트 지갑
등 다양한 가죽제품을 내놓으며 토털 브랜드로 성장했다.
테스토니는 인지도에 비해 광고에 인색하다. ‘좋은 제품은 그 자체
가 광고’라는 기업철학이 낳은 마케팅 ‘고집’이다. 요란하게 치장
된 광고보다 가장 편안한 신발로 인정받겠다는 옹고집이 70여년만에
‘동네 구두방’을 세계적 브랜드로 끌어올린 힘이었던 것.
오래 신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테스토니의 전
통. 이런 이유로 벨기에 국왕과 레이건 전미국대통령, 테너가수 루치
아노 파바로티 등 세계적 명사들이 즐겨 신고 있다. 음악과 예술 등
문화행사를 후원해 ‘문화의 전령사’로 이미지도 굳혀 품격을 유지하
고 있으며 품질유지를 위해 테스토니의 피혁가공기술을 전수하는 학교
까지 설립했다.
테스토니 구두를 신을 때 처음 받는 느낌은 의외로 ‘딱딱하다’는
것.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가죽이 발모양을 자연스럽고 감싸
며 편안한 느낌이 더해진다. 세계 각 민족의 발을 끊임없이 연구해 데
이터를 축적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바로 이런 매력으
로 보통 구두보다 3∼4배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 ‘테스토
니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생각의 속도’가 중요하다는 현대에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는 수제
품 산업이 사양길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번쯤 테스토니에 대해 생각
해볼 일이다. 최고의 ‘손기술’로 명품을 빚어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
하기 때문이다.
글 : 홍 성 민(보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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