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PR사 해외투자유치 내실없어
국내PR사 해외투자유치 내실없어
  • 승인 2001.06.0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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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PR사 해외투자유치 내실없어

서비스개선 실패로 국내업체 도움못줘

벤처기업인 N사는 최근 해외 홍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사
가 개발한 차량원격진단기 제품을 미국과 남미 시장에 알리기 위해 홍
보 대행업체를 고르고 있지만 적당한 대행사를 찾지 못한 것.

이 회사는 지금까지 열개 정도의 대행사와 면담을 가졌지만 홍보하기
곤란하다는 대답만 듣고 있다. 한 대행사 관계자는 "국내에 해외 홍보
를 해줄 수 있는 업체는 전무하다"고 조언해줄 정도였다.

최근 1년간 국내 유수의 홍보대행사들이 세계적인 해외 PR사로부터 투
자 유치를 단행했다.

인컴브로더ㆍ플래시먼힐러드ㆍ코콤포터노밸리 등이 대규모 외자 유치
나 피인수합병에 이미 성공했으며 드림커뮤니케이션 등 소위 메이저
업체들도 외자유치를 추진중이다.

국내 대행사들이 외국 자본을 도입하면서 내세웠던 명분은 크게 두 가
지. 해외 홍보대행사의 선진 서비스를 도입함과 동시에 국내 기업들
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게 표면상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투자를 계기로 외국계 간판 대행사의 이름만 빌려쓰고
있을 뿐 서비스의 질적인 면에서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N사
와 같이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의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지
만, 주주사인 외국 대행사와 국내 기업을 서로 연결해주는 역할이 고
작이다.

선진 경영 기법의 도입이라는 것도 겉포장에 불과했다는 것. 일부 업
체는 고객사로부터 "외자 유치한 이후 달라진 점은 영어 프리젠테이션
할 때 혀가 더 꼬부라진다는 것 뿐"이라는 핀잔을 듣고 있다.

특히 PR 경기 위축과 함께 전직을 고민하다 마음을 고쳐먹은 직원들
은 더욱 난감한 실정이다. 외자 유치 이후 달라질 서비스 방식과 직
원 교육강화에 한가닥 걸었던 기대가 무너져버린 것. I대행사 관계자
는 피인수합병 직후 "이름만 바뀌지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
소연했다.

업계에서는 유력 홍보대행사의 외자유치 배경에 대해 "외국계 기업의
홍보대행 따먹기를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닷컴
열풍과 함께 홍보대행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으나 경기가 급랭하
면서 우량 고객인 외국계 기업의 대행을 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
다.

이에 따라 외국계 회사에 어필할 수 있는 간판을 걸기 위해 토종 우
량 대행사의 지분이 외국인의 손에 잇달아 넘어가고 있다는 것. 업체
간 출혈 경쟁이 단초가 되어 값진 외화가 불필요한 배당금 형태로 외
국 대행사에 흘러가게 됐지만 국내 PR 업계에 미치는 긍정적 역할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PR사가 광고 대행사보다 2~3배 이상 많은
대행료를 받고 있다. 그만큼 기업 마케팅에 있어서 홍보의 역할이 중
요시되고 대행사의 서비스 수준이높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광고대행사와 PR사는 미국과 정반대의 위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
후진적인 국내 홍보대행 업계의 서비스 선진화를 위해 좀더 내실 있
는 외자의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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