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산직 전문가,中에 밀려 퇴출 위기
美 생산직 전문가,中에 밀려 퇴출 위기
  • 승인 2003.11.2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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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생산직 전문가들이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퇴출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21일 보도했다.

모듈 전문 기술자인 언스트 부츠메이어(72)는 올 겨울이 유난히 춥게 느
껴진다. 부츠메이어는 모듈 설계도만 봐도 문제점을 짚어낼 정도로 탄탄
한 명성을 쌓아 왔지만 최근 중국의 저가 공세로 주문이 급감해 공장을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부츠메이어는 최근 55명의 공장 직원 가운데 30명을 감원했다. 매출은 과
거 호황기보다 70% 급감했고 지난해 50만달러의 손실을 내면서 규모 축
소는 불가피했다.

부츠메이어는 최근 자동차 부품회사 입찰에 참여한 뒤 다시 한 번 절망했
다. 그가 59만5000달러에 납품하려 했던 자동차 부품을 중국 경쟁사는 무
료로 제품을 넘기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부츠메이어는 "내가 얼마나 기술을 개선시켰는 지 여부는 중요치 않았
다"며 "나는 꽁짜와 경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술력보다는 가격이 좌우평생 "기름밥"을 먹어온 부츠메이어는 실력있
고 자존심있는 기술자였다. 그가 없었다면 컴퓨터 사용자들은 과거와 마
찬가지로 디자인 결함이 있던 마우스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을 지
모른다.

부츠메이어는 10년 전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
(MS)가 갖고 왔던 마우스의 미세한 오류를 교정해, 마우스 모듈에 일대
혁신을 가져 왔었다. 당시 그는 인간의 머리카락보다 10배 정도 가는 측
정 오류를 정확히 집어내 마우스의 제품 불량률을 크게 낮췄다.

부츠메이어의 기술력 덕분에 그가 운영하는 웨스턴 인더스트리얼 툴링
은 한때 주문 폭주로 호황을 누렸다. 웨스턴 인더스트리얼은 한 해 39개
의 마우스 모듈을 찍어 냈고 가격도 3만5000달러에서 25만달러까지 다양
했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98년 MS는 부츠메이어에게
대만 생산업체만큼 마우스 모듈 가격을 낮춰줄 것으로 요구했고, 부츠메
이어는 그 제안을 거부했다. 곧 MS와의 계약이 끝났고 다른 업체들의 주
문도 뚝 끊겼다.

부츠메이어가 MS의 요구를 듣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가격을 낮추
면 제품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그의 장인정신이 이를 허락치 않았
다. 부츠메이어는 "(기술자 세계에서) 철학이 과거와 달라진 것같
다"며 "사람들은 적당히 좋은 제품을 원하지 최상의 품질을 요구하지 않
는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나는 적당히 일할 수 없다"며 "적당히 만들면
무슨 재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美제조업계 "위기" AWSJ은 마우스 모듈 뿐만 아니라 스텔스 폭격기의 침
투 기술까지 부츠메이어와 유사한 사례는 많이 발견된다고 전했다.

생산직 전문가는 2차 세계전쟁이나 베트남전 당시 군 징집에서 제외될 정
도로 대접받기도 했으나 최근 중국 등 해외 제조업체의 저가 공세로 그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생산직 부품 전문가
는 30% 급감했고 이들이 사용하는 장비 생산 주문도 지난 97년 이후
70% 가까이 줄었다.

이 신문은 일부 군수제품의 필수부품까지도 해외산에 의존할 정도로 미
국의 생산직 기술자 홀대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최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한 기술 콘퍼런스에 참석해 "아웃소싱
(외주 생산)은 미국의 산업 기반을 무너뜨리는 수준까지 확대됐다"며 이
와 관련 정책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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