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 혁신사례-국제종합기계, 현장의 변화를 몰고 온 권위주의 청산
작업장 혁신사례-국제종합기계, 현장의 변화를 몰고 온 권위주의 청산
  • 승인 2001.07.1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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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경운기 등을 생산하는 농기계 제조업체.
1968년 설립되어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농업 기계화에 앞장서 왔
다. 100여명의 연구진을 갖추고 독자기술 개발에 주력하여 1994년에
는 농기계 개발 최우수 업체로 선정되어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하였
다.
ISO 인증 획득 이후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여 수출 1
천만불탑을 수상하였고, 지금은 수출 3천만불에 도전하고 있다. 2000
년 총매출은 2,950억원, 임직원은 830명이다.

국제종합기계는 1993년까지만 해도 만성적자에 빠져있던 기업이었다.
권위주의적인 경영이 지속되면서 조직이 "계급 사회"와 같이 굳어버
린 탓이었다. 극단적인 분규는 없었지만, 노사간의 대화와 협력은 기
대하기 어려웠다. 손발이 맞지 않는다고나 할까. 노와 사는 서로 겉돌
았다.

전기는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마련됐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는 조직 구성원간에 보이지 않는 벽을 치고 있는 "계급"을 없애야 한
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회사에서는 제일 먼저 사내 임원식당을 없앴다. 생산직과 사무직을 구
분하는 인사제도도 철폐했다. 호칭도 통일하고 순환 근무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승진도 하고, 그에 따라 성과를 보상
받는 혁신적인 제도였다.

이때부터 "노사"라는 말은 이 회사에서 사라졌다. 노사협의회도 자율
경영협의회로 부른다. 사장도 월급받는 근로자이며, 능력만 있으면 누
구나 사장이 될 수 있는 회사인데, 굳이 "편을 가르는" 용어를 쓸 필
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후 회사는 거짓말같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임원
식당을 없앨 때 가슴이 뭉클하며, 제대로 되겠다 싶었다"는 노조위원
장의 말처럼 근로자들의 사기는 몰라보게 높아졌다. 이는 현장의 변화
로 이어졌고, 다시 7년 연속 흑자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농기계는 계절상품이다. 따라서 애프터서비스 요청이 일시에 몰리게
마련이다. 과거에는 "담당자가 아니라 모른다"는 식으로 응답하는 경
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직급이나 부서에 관계없이 근로자 스
스로 농기계에 대한 기술을 익혀, 고객의 요청에 적극 대응한다. 다
른 회사 제품일지라도 기꺼이 손봐준다. 근로자들이 스스로 현장의 변
화를 주도한 것이다.

노사협력이 꽃을 피우면서, 국제종합기계에는 아름다운 전통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에는 유휴인력 440명이 발생하
자, 고용유지훈련으로 낙오자 없이 위기를 극복했다. 2000년에는 노조
가 단체협약을 회사에 일임하면서 신뢰의 교섭문화를 만들었다.

국제종합기계 노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 머리를 맞대고 앉아있
다. 건실해진 경영 기반을 발판 삼아 "좋은 회사 만들기"에 노사의 힘
을 모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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