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 등의 포장용지로 사용되는 마닐라 판지와 아이보리 판지. 연간
19만톤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5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
는 수출 효자 기업이다. 또 원료의 90% 정도를 폐지를 재활용 하고 있
는 환경 친화 기업이기도 하다. 신기술 개발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
100% 재생판지를 개발하였고, 효소탈묵기술도 확보하였다.
세림제지의 선진적 노사협력 관계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1994년
근로자의 날 최창주 노조위원장이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을 비롯,
2000년 근로자의 날 이동윤 사장이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까지 화려
한 포상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세림제지의 노사관계가 지금처럼 원만했던 것은 아니
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열풍을 타고 노사
갈등이 전국적으로 고조되던 때, 회사에서는 강성 노조 등장을 막기
위해 어용노조를 만드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갖은 시비 끝에 1989년
에야 진정한 노조가 설립되었고, 급기야 1992년에는 파업이라는 최악
의 상황까지 맞고 말았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랄까. 파업 이후 고객의 클레임이 급증하는 것
을 직접 체험하면서, "대립은 서로에게 손실만 가져올 뿐 도움이 안된
다"는 데 세림제지 노사는 의견을 같이할 수 있었다.
노조는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다"는 인식 아래, 회사 발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My Machine 운동", "My Area 운동" 등을 통
해 작업장 혁신에 앞장섰다. 클레임을 제기했던 고객을 직접 방문하
여, 더욱 품질 좋은 제품을 공급할 것을 약속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명절 휴가까지 반납하며 생산성 향상에 주력했다.
근로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회사에는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생산량도 1일 500톤에서 600톤으로 크게 늘었다. 프
로세스 개선을 위한 제안 건수도 150% 이상 늘어났다. 소속감, 공동
체 의식을 늘릴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도 크게 늘었다.
회사는 모든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 활동을 적극 지원했
다. 노조의 재정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구내 매점 운영권을 노조에게
넘겼다. 근로자의 부서 배치, 승진, 상벌사항 등 경영진의 고유 권한
인 인사문제도 노조와 협의했다.
그 결과 외환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이 회사는 1997년부터 1999년까
지 3년간 연평균 12%의 매출 증가와 26%의 경상이익 증가를 기록했
다. 그리고 2000년에는 사상 최대의 경영 실적을 거뒀다. 노사가 서
로 믿고 존중하면서 자기 역할을 다하면서 알찬 기업을 만들어낸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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