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업체 단말기개발 겸업에 중소OEM업체들 위축
이통업체 단말기개발 겸업에 중소OEM업체들 위축
  • 승인 2002.01.02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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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사업자들이 통신 서비스외에도 단말기 개발에 직접 나서면
서 중소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자회사 또는 별도 개발팀을 두고 단말기 자체개발에 주력하면서 휴대
폰 판매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이에 따라 휴대폰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
자를 제외한 중소 단말기제조업체들의 경우 판로가 더욱 좁아지거나
이통업체가 자체개발한 단말기의 제조용역을 맡는 경향이 심화되면서
빈익빈(貧益貧)현상이 가속화되고 있 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자체 단말기 개발회사인 SK텔레텍은 컬러휴
대폰 판매실적이 지난 9월 4만대에서 한달뒤 6만5천대로 늘어나는 등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컬러휴대폰 3위 공급업체로 자리매김을 한
상태다.

SK텔레텍은 지난 98년 SK텔레콤 72.5%, 일본 교세라 27.5%의 지분에
자본금 378억원으로 설립된 이후 제품기획, 설계, 디자인작업에서 교
세라와 공조하면서 SK텔레콤에 단말기를 공급해왔다.

이 회사는 SK텔레콤-SK신세기통신 합병의 제한조건으로 2005년까지 연
간 120만대 이상 판매가 금지된 상태지만 최근 관계사인 SKC에 많은
물량제조를 맡기면서 사실상 SK계열의 단말기 개발 및 제조를 병행중
이다.

KTF도 단말기개발 전문 자회사인 KTF테크놀로지스에서 개발한 컬러 휴
대폰 `핏츠"(FITZ)를 전국대리점에서 시판하는 한편 내년 월드컵을 겨
냥해 2.4Mbps급 cdma2000 1x 및 초박막액정화면(TFT-LCD)휴대폰을 개
발, 출시할 방침이다.




br>LG텔레콤도 올 하반기에 한 벤처업체와 공동으로 30만원대의 컬러휴대
폰인 `C나인"을 개발해 출시한 바 있다.

단말기 자체개발 배경에 대해 이통업체들은 ▲가입자의 기호나 부가서
비스, 통신망의 특성을 단말기에 반영하기 쉬운점 ▲전문 제조업체에
비해 마진이 적어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소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사업자가 단말기 유통
의 전권을 휘두를 뿐만 아니라 단말기 개발까지 나서면서 이제는 발
을 디딜 틈마저도 없어지게 됐다"며 불만스런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
다.

이통업체로부터 간간이 단말기 공급이나 제조의뢰를 받아 국내시장에
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사업자의 단말기개발 겸업으로 인해
공급가격이 더욱 낮아지면서 수익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소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
지만 공개적으로 속내를 털어놓지는 못하는게 또한 국내 휴대폰업계
의 현실이다.

이통업체나 정보통신부에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가는 사업자에
의해 `괘씸죄"에 걸려 쥐꼬리만한 물량공급권 마저도 한순간에 박탈당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통업체들의 단말기 개발 겸업으로 내수시장에서 조그마한 희망
의 끈을 이어가기도 어려워지자 각 중소업체는 내년에는 외국업체와
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제휴나 수출에만 치중하기로 사업목
표를 정한 상태다.

이와 관련, 한 업체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업자가 단말기 유통의 전권
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제품개발도 계속 병행한다면 새해 들어서는 중
소 제조업체들이 완전히 사업자의 노예신분으로 전락할 것 같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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