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환란 전의 경제를 회
복하지 못하고 있다.
밖에서는 괄목할 만한 위기 극복 사례로 지목되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뜯
어보면 우리 경제는 아직도 환란 직전인 97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들이 외환위기 직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위기를 잉태하고 있는 형국이다.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외환위기에서 고질적이고 치유하기도 힘든 고용ㆍ
가계신 용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북유럽 3국이 경험한 가계부채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위
기가 닥칠 수 있을 것이란 경고음을 내고 있으며,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90 년대 초 일본이 겪은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염려
하고 있다.
실제 1인당 국민소득은 97년 1만315달러였는데 지난해 말 1만13달러로
뒷걸음 질쳤다.
올해 말이 돼야 겨우 97년 수준을 약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나마도 환
율 요 인을 감안하면 오히려 구매력은 6년 전보다 떨어졌다.
실업 문제는 사회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청년실업 문제가 크게 불거지면서 청년층 실업률이 97년 5.7%에서 현재
7.3%까 지 확대된 상태다. 전체 실업률도 97년 2.6%에서 이제는 3.3%로
증가했다.
환란 전보다 확연히 나아진 것은 주가와 기업들의 부채비율.
종합주가지수는 97년 370대에서 최근 800선까지 회복했고 제조업체 부채
비율은 400% 선에서 100%대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주가지수는 아직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증권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주가지수는 2배나 뛰었지만 그 과실은 외국인들이 향유하는 기형적인 성
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제조업 부채비율 하락으로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높아졌지만 그것은 인위
적인 개선에 불과하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기업 여신을 축소하는 대신 가계 대출을 늘린 탓
이다.
이 바람에 개인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며, 지금의 신용위기의 새로
운 불 안을 낳고 있다.
전체 가계빚은 97년 말 211조원에서 현재는 439조원으로 급증했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외환위기 이후 기업 대출이 위
험하니 까 이를 개인 대출로 돌리는 단순한 경영을 해왔다"면서 "금융기
관의 본질인 리스크관리 면에서 나아진 게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 상태로 가면 또 다른 위기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면
서 최 근 불거지고 있는 신용카드 대란 가능성을 경고했다.
맥킨지의 도미니크 바튼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지금 상황은 98년 2
월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아웃소싱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