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손님 뒤에는 250명이 있다. 한 사람의 구전(口傳)효과가 크다
는 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최고의 손님, 고객(顧客)으로 대우하
는 것은 서비스의 기본. 행색이나 외모에 관계없이 똑같이 대해야 한
다.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 손님은 곧바로 그 곳을 떠난다.
지갑을 열어 보지도 않은 채. 대부분의 판매원들은 자신의 눈으로
만 "저 사람은 안 살 사람’이라고 평가하곤 한다. 일에 재미를 느끼
지 못 하거나, 피곤하다는 이유로 서비스 정신을 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바로 그 순간 소중한 손님을 잃는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얼마 전 일이다. 날씨가 선선해져 가을 옷을 사러 아내와 집 근처 의
류 매장에 들렀다. 토요일 오후 폐점시간이 가까워 매장은 아주 한산
했다. 점원이 피곤한 기색으로 인사를 던졌다. 서비스 교육을 전담하
는 나의 직업 의식 탓에 그녀의 인사가 너무 형식적이라는 생각이 들
었다. 점원이 우리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아내와 나는 점원이 부담
을 갖지 않도록, “우리는 사이즈를 잘 알고 있으니 직접 찾아 보겠
다”고 말한 후 매장 여기저기를 돌아 다녔지만 원하는 옷은 없었다.
"이 색상으로 다른 사이즈는 없어요?”주위를 맴돌던 점원에게 도움
을 청했지만, 시큰둥한 표정으로 “다른 사이즈는 없어요”라는 한 마
디를 내뱉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찾아 보겠다”라든지 “다른 색상
은 어떠냐?”는 일언반구도 없이.
옆에 있던 아내는 신경질적인 매장 직원의 답변에 “무서워 어디 물어
볼 수도 없네”라고 중얼거리면서 “이런 곳엔 좋은 옷을 입고 와야
지 천대를 받지 않겠다” “편한 복장으로 와서 무시하는 것 같다”
며 투덜거렸다.
결국 집앞 패션으로 물건을 사러 온 내가 원인 제공을 했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었다.
더 이상 머물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따로 시간을 내기는 어려워 하
나라도 건지자는 심정으로 숨바꼭질하듯 매장을 돌아다녔다. “아가
씨, 여기 말고 다른 쪽에는 이런 종류가 없어요?”라는 질문에 점원
은 쌀쌀맞고 무뚝뚝하게 “거기 있는 게 다예요. 더 없어요.”라고 답
했다. 귀찮은 것 같았다. 참다 못한 아내가 “이봐요, 좀 부드럽게 말
합시다. 겁나서 어디 물어보겠어요? ”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승강이
가 벌어졌다.
그러던 중 갑자기 점원의 태도가 180도 변했다. 얼굴이 익은 관리자
가 나타나 우리에게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마음대로 하다
가 상사가 있는 곳에서 표정을 싹 바꾸는 점원. 그 사람은 매장에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급한 대로 한두 벌을 샀다. 그것도 검은 양복을 입은 관리자가 도와
주고, ‘칠면조’같은 여자 점원이 겉으로라도 ‘친절한 척’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기분이 좋았다면 지갑을 열어 한두 벌 더 구입
했을 것이다.
사실 판매직은 힘들다.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종일 서 있기
십상이다. 휴식 시간에 잠깐 앉을 수 있지만, 하루종일 까다로운 손님
들의 질문에 응수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렇지만 매장이 손님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손님
이 매장을 선택하는 것이다. 판매원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은 사장이
아니라 바로 고객이다. 손님이 매장을 떠나는 것은 68%가 서비스 때문
이다. 손님은 돈을 쓰기 때문에 고객으로서 대우받고 싶어한다. 고객
은 누구나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정도는 당연하다.
차별화와 성공의 비결은 서비스다. 상품의 다양함이나 품질, 가격도
매우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 매장의 서비스를 사고 싶다(?)는 고객
도 많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김종태 (유한M&C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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